심근경색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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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의료원 응급의학과장 김병권

골든 타임은 비교적 최근에 사전에 올라온 단어이다. 구급대원이나 의사들이 자주 사용하여 굳어진 말로,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사고 발생 후 수술과 같은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보통 1시간 이내)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환자가 중상을 입은 후 응급 치료의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1시간을 의미한다.

심근경색증의 골든아워는 보통 1시간 정도이다. stent를 넣어 심장 혈관인 관상동맥을 다시 열 경우에 소요되는 시간, 혈전용해제를 사용할 경우에 소요되는 시간이 바로 골든 타임이 된다. 보통 심근경색은 첫 증상발현 후 2~3시간 이내에 부정맥등으로 사망할 확률이 60%가 넘기때문에 그 이내에 병원에서 전문적인 처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특히나 제주섬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사는 집이 이러한 전문 시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에서 너무 먼것은 아닌지 계산해보게 된다.

동홍동이나 도남동에 산다면 역세권이라는 말은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섬에 지하철은 없으니 말이다. 쉽게 말하면 공항 리무진 버스 정류장에 쉽게 걸어서 갈수 있느냐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하지만 공리권이라던가 하는 말을 쉽게 만들어 쓰지는 않는다. 마케팅 목적으로 쓱세권이라는 표현을 광고에서 무리하게 쓰는데, 뜻은 마트에서 물건을 배송해주는 좋은 지역에 살고 계신다는 의미 정도 되시겠다. 뭐든지 “~을 만들어서 지역별 위화감이 조성된다면 부동산 개발업자만 웃음이 함지박 될것이지만, 종래에는 심골권(심근경색 골든타임권)이라는 말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든다.

심장 근육은 관상동맥이라 부르는 3가닥의 혈관을 통해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으면서 일생 동안 혈액을 전신으로 펌프질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따라서 관상동맥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에는 심장 근육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관상동맥의 구조를 살펴보면, 그 가장 안쪽 층을 내피세포가 둘러싸고 있는데 내피세포가 건강한 경우에는 혈전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흡연 등에 의해서 내피세포가 손상을 받게 되어 죽상경화증이 진행되고, 관상동맥 안을 흐르던 혈액 내의 혈소판이 활성화되면서 급성으로 혈전이 잘 생기게 된다. 이렇게 생긴 혈전이 혈관의 70% 이상을 막아서 심장 근육의 일부가 파괴(괴사)되는 경우가 심근경색증이고, 괴사되지는 않지만 혈관 내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가슴에 통증 이 생기는 것이 협심증이다.

환자는 대부분 갑자기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한다. 대개 '가슴을 쥐어짠다', '가슴이 쎄한 느낌이 든다'고 호소하며 주로 가슴의 정중앙 또는 약간 좌측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 없이도 '명치가 아프다' 또는 '턱끝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비전형적이기는 하지만 흉통 없이 구역, 구토 증상만 있는 경우도 있고, '소화가 안 된다', '속이 쓰리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흉통은 호흡곤란과 같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왼쪽 어깨 또는 왼쪽 팔의 안쪽으로 통증이 퍼지는(방사) 경우도 있다. 흉통은 대개 30분 이상 지속되며 니트로글리세린 설하정을 혀 밑에 투여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 때에 따라서는 흉통을 호소하기도 전에 갑작스런 실신이나 심장마비로 응급실에 실려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광범위한 부위에 걸쳐서 급성으로 심근경색증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심근 경색의 초기 증상이 간과되어 신고가 늦어질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119에 신고하여 가까운 병원으로 후송받는 것이 적절하다.

1) 가슴통증

가슴통증은 대표적인 심근경색 초기증상으로, 격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가슴을 쥐어짜는 느낌, 숨이 멎을 것 같은 통증)

2) 호흡곤란

갑자기 숨이 찬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흉통과 같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3) 흉통, 구역, 구토

흉통없이 구역, 구토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며, 소화가 안되는 느낌, 명치가 아픈 느낌, 속이 쓰린 느낌도 포함된다

4) 방사통

왼쪽 어깨, 왼쪽 팔의 안쪽으로 통증이 퍼지는 느낌

5) 청색증

식은땀과 함께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는 증상

심근경색증의 치료는 크게 막힌 혈관을 넓히는 관혈적 치료와 이후 약물치료로 나뉜다. ST절 상승 심근경색의 경우에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막힌 혈관을 넓히는 시술 또는 약물이 요구된다. ST절 상승 심근경색증의 경우에는 쇼크가 동반되는 경우와 같이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약물 치료 후 안정화된 상태에서 시술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여러 대형 병원에서 응급 심혈관성형술, 스텐트삽입술, 혈전용해술을 시행하여 경과 및 예후가 많이 향상되었다. 심혈관성형술, 스텐트삽입술은 요골 또는 대퇴동맥을 통하여 심혈관 조영술을 시행하여 막힌 혈관을 찾아낸 후, 혈관 안으로 도관을 삽입하여 풍선으로 넓히고 스텐트라는 철망을 삽입하여 혈관을 수리하는 시술이다.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지난 2000년 인구 10 만명당 38.5명에서 201450.4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14 년의 경우에는 사망원인 1위인 암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심장질환은 허혈성 심장질환(심근경색과 협심증 등)과 기타 심장질환(심부전과 심내막염 등)으로 구분되는데, 급성심근경색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약 71%를 차지하고 있다.

급성심근경색에 의한 사망은 주로 증상 발현 후 1시간 이내로, 대부분은 병원에 도착하기 이전에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급성심근경색증 특히 ST 상승 심근경색(ST elevation Myocardial Infarction)의 치료는 빠른 시간 내에 폐쇄된 관상동맥을 재관류 시켜 주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증상이 나타난 시점부터 최대한 빨리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방문하여야 한다.

기존 연구에서 증상 발현 후 2시간 이내에 재관류된 환자들에 비해 2시간 이후에 재관류된 환자들의 원내 사망률과 30일 이내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나타났다. 이에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증상 발현 후 2시간 이내 의료기관 도착을 생존율 증가의 골든타임(Golden Time)으로 정의하고 있다. 미국심장학회는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경우, 병원도착 후 재관류 치료 시작까지 혈전용해제 사용은 30분이내, 혈관확장술 시행은 90분 이내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증상 발현 후 병원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어떨까? 지난 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증상 발현 후 병원 도착시간의 중앙값은 140분으로 50% 이상이 골든타임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심근경색을 포함한 응급의료 대응을 위한 의료자원 분포나 의료이용을 위한 접근성의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 응급 의료 취약 지역에 해당하는 제주도, 특히 한라산 남쪽, 동쪽, 서쪽의 경우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증상 발현 후 병원도착까지의 시간도 문제가 되지만, 인근 병원이 충분한 수용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역시도 문제가 된다. 얼마전 도의회에서는 제주시-서귀포 예산 '역차별' 논란이 일어났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산다는 것. 질병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이다.

병원이 없는 것은 사람이 없어서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수록 형식적으로 있는 병원이 포화상태는 아닌지, 적절한 치료를 하기에 인적, 시설적 내실이 부족하지는 않는지 양식 있는 당국의 관리가 절실하다. 공항에 가깝던 멀던, 서울 대형병원 바로 앞이던 땅끝 섬에 살던 수준 높은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마땅한 권리이자, 주권자 개개인이 스스로 청구해야 하는 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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