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난 극복이 특기인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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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린, 제주대학교 전산통계학과 교수/논설위원

국난 극복이 특기인 국민.

최근 인터넷에 회자되고 있는 한국인의 특성에 관한 표현이다. 원래 인터넷상의 표현은 ‘국난 극복이 취미이자 특기인 국민’이었다. 하지만 이번 국난이 모든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취미라는 표현에는 동의할 수가 없고, 특기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함께 생각해 볼 만한 점들이 있다.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 WHO는 코로나19를 팬데믹(pandemic)으로 선언했다. 그리이스어로 ‘pan’은 ‘모든’이라는 뜻이고 ‘demic’은 ‘인간’을 의미한다. 코로나19가 ‘모든 인간’을 위협하는 질병이라는 뜻이다. WHO는 감염병의 위험도에 따라 경보단계를 1∼6단계까지 나누는데, 팬데믹은 최고 경고 등급인 6단계에 해당한다.

이 팬데믹에 대처하는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몇 가지 특성을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한국의 우수한 의료서비스 시스템이다. 한국처럼 병원 문턱이 낮은 나라는 없다. 미국의 경우 의사는 예약을 해야만 만날 수 있고, 예약은 통화 후 최소한 며칠 뒤에라야 날짜를 잡을 수 있다. 한국의 경우는 아무 때나 병원에 가서 금방 의사를 만날 수 있다. 대단한 서비스다.

두 번째는 진단키트의 신속한 개발이다. 진단키트를 개발한 회사는 국내기업인 씨젠이다. 씨젠의 천종윤 대표는 미국 테네시대학 생명공학 박사로 이화여대 교수를 지내다 2000년에 씨젠을 창업했다. 천 대표는 국내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인 1월 중순에 진단키트를 개발하기로 결정했고 2주 만에 개발을 완료했다. 현재는 이 진단키트로 하루에 1만 명 이상의 진단을 수행하고 있다. 과연 ‘빨리 빨리’의 한국인이다.

세 번째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다. 3월 13일 AFP 일본판은 대구 동산병원에서 사투를 벌이는 간호사들의 사진을 게재했다. 장시간 방호복 착용으로 멍들고 상처 난 얼굴에 반창고를 바르고 붕대를 두르고 묵묵히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의 사진이었다. 간호사들 중 절반이 자원봉사자들이었다. 그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IMF 사태 때 금 모으기 운동을 벌이던 국민들의 모습이 겹치기 때문이다. 국난에 대처하는 한국인의 헌신은 감동적이다.

네 번째는 위기에 드러난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에서도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6일 일본 언론은 도쿄 시내 슈퍼의 텅 빈 생필품 진열대를 보여주기도 했다. 사재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진국들이 의연하게 대처하는 한국인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놀라고 있다. 마스크 기부에 소독 봉사까지 보고 있으면 국난 극복이 특기인 국민이라는 평가에 동의하게 된다.

하지만 국난극복이 특기인 국민도 천하무적은 아니다. 전방에 견고한 방어선을 구축하면 그 방어선을 뚫고 나오는 적들은 후방에서 국민들이 박멸할 수 있다. 하지만 전방의 방어선이 허술하면 후방에서 싸우는 국민들의 희생이 너무 클 것이다. 이제라도 입국제한을 강화해야 한다. 제주 도민을 분노하게 했던 강남 21번 모녀 확진자도 그 당시에는 자가 격리 의무자가 아니었다. 허술한 방어선은 제주도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 등으로 감당해야 한다. 이 사태의 발원지인 중국도 28일 부터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전방의 방어선은 정부가 강화해 나가야 한다. 그러면 후방은 국난극복이 특기인 국민들이 감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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