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올의 변신과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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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전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알코올 중 가장 간단한 메탄올은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나무를 가열할 때 얻어지며 목정(wood alcohol)이라고도 했다. 이것은 메틸알코올로도 불리며, 합성가스로 알려진 일산화탄소와 수소 혼합물로부터 합성될 수 있다.

흔히 곡정(grain alcohol)이라고 칭하는 에탄올은 메탄올에 -CH2-가 더 결합된 것이다. 곡물이나 당류를 발효하여 에탄올을 얻는 것은 수 천년 전부터 이루어졌다. 이것은 술의 주성분이였어 주정이라고도 불린다.

메탄올을 마시면 급성중독을 일으키고, 두통·현기증·구토·복통·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할 때는 혼수상태가 되어 사망한다. 이것은 약 15ml 마시면 눈이 멀고, 100200ml 정도 마시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독성물질이다. 메탄올 중독은 마셨을 때뿐 아니라 호흡, 피부 접촉으로도 발생하는데 실제로 작업장에서 메탄올을 장기간 사용하던 노동자들이 실명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메탄올은 인체 내에 흡수될 때 간에서 포름알데하이드(1군 발암물질)라는 물질로 변환되어 인체에 치명적이다. 그렇지만, 에탄올은 인체 내에 흡수되어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독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물질로 변화하여 음용이 가능하다.

알코올램프에 이용되는 액체,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물질, 벌이나 개미 등의 곤충에 쏘였을 때 통증의 원인이 되는 화학물질은 서로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이들의 관련성은 메탄올의 아들과 손자 격인 화합물에 의한 것이다.

메탄올은 아들 격인 포름알데하이드, 포름알데하이드는 손자 격인 포름산(formic acid, 개미산)으로 산화된다. 생물의 표본이 담겨 있는 투명한 액체, 포르말린(formalin)은 포름알데하이드가 물에 3538% 정도 녹아있는 수용액이다. 이것은 엄청난 방부효과를 자랑한다. 포름알데하이드는 새집증후군의 원인 물질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포름산은 2%의 저농도에서도 가려움증을 유발하고, 이의 농도가 10% 이상인 경우에는 부식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피부나 눈에 닿으면 위험하다. 이 산은 특정 촉매를 사용할 경우 효과적으로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변한다. 앞으로 이 반응이 산업현장에서 유익하게 이용될 것이다.

자동차용 와셔액(washer fluid)은 계면활성제, , 알코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때는 이 알코올이 맹독성 용매라고 할 수 있는 메탄올이였다. 물론 이것이 에탄올 보다 가격이 싸다. 와셔액에서 알코올은 방부제 역할을 하고, 어는 것을 방지한다. 또한 이것은 잔여 기름때를 녹이고 빠른 속도로 유리창에서 액의 흔적들이 사라지게 한다.

아이소프로필 알코올(isopropyl alcohol) 또는 2-프로판올은 무색이며, 인화성을 지닌 물질이다. 이것은 적절한 극성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용매로 자주 쓰이고, 특히 얼룩을 남기지 않고 쉽게 증발하는 특성이 있어 반도체나 LCD 분야 등 IT 부품의 세정액으로 활용되며, 페인트나 잉크 등을 지울 때도 효과적이다.

여기서도 화학반응의 묘미를 음미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단순한 물질로부터 메탄올을 합성할 수 있다. 이것은 아세트산 및 다양한 종류의 접착제, 섬유 및 플라스틱 등을 합성할 때 출발물, 그리고 자동차 연료로 이용될 수 있다.

메탄올의 합성법과 같이 물도 너무나 간단한 반응물, 수소와 산소로부터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물은 인체의 약 70%를 차지한다. 인간의 삶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금도 나트륨 금속과 위험한 염소기체로부터 생성된다.

이처럼 단순한 출발물질로부터 합성한 생성물, 메탄올, , 소금 등은 인간의 삶 현장에 중요한 화합물이다. 그렇지만 이들을 잘못 이용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과 마주서게 된다. 과학은 명료하다. 과학적 토대 위에서 지혜롭게 생활할 때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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