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72년 만에 아버지 만나…희생자 명예회복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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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72주년]
고영자씨, 이유도 모른채 끌려간 아버지 지난 1월 찾아
강명선씨 “아버지, 빨갱이로 몰려 잡혀가…시신 빨리 찾길”
3일 제주4.3평화공원 내 유해봉안관에서 4.3 희생자 유족 고영자씨가 아버지의 유골함을 가리키고 있다.
3일 제주4.3평화공원 내 유해봉안관에서 4.3 희생자 유족 고영자씨가 아버지의 유골함을 가리키고 있다.

올해로 4.3 72주년이 됐는데, 제가 아버지를 만난 것도 72년 만이네요.”

3일 제72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린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을 찾은 고영자씨(79)는 이곳 유해봉안관에 안치된 아버지의 유골함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씨는 72년 전 4.3 광풍에 휘말려 시신 이름조차 찾지 못했던 14명의 희생자 가족 중 1명이다.

33살 당시 예비 검속으로 끌려가 행방불명됐던 고씨의 아버지 고() 고완행씨 유해는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제주국제공항(옛 정뜨르비행장) 남북활주로 인근에서 발굴됐지만, 당시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족의 추가 채혈과 최신 유전자 분석법인 SNP 방식을 통해 지난 1월 해당 유해가 고씨 아버지의 유해임이 확인됐다.

고씨는 “4.3 때 내 나이는 7살이었다. 당시 모슬포경찰서 경찰관들이 아버지를 끌고 갔다고 할머니에게 들었다. 왜 끌고 갔는지 그 이유는 지금도 잘 모른다할머니가 아버지를 연행하기 전 경찰관들에게 옷이라도 갈아입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지만, 안 된다며 할머니를 총으로 밀었다고 한다. 그게 아버지의 마지막 소식이었다고 말했다.

고씨는 이번 생에는 아버지를 못 볼 줄 알았는데, 늙어서라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면서 “4년 전 돌아가신 언니와 내가 어릴 때 아버지가 우리를 너무 이뻐했던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하늘에 있는 언니도 정말 기뻐할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3일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자 표석에서 강명선씨가 아버지 이름이 새겨진 표석을 닦고 있다.
3일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자 표석에서 강명선씨가 아버지 이름이 새겨진 표석을 닦고 있다.

이날 이곳 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자 표석에서 조촐한 제사상을 차려놓고 4.3 당시 희생된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던 강명선씨(76)는 아버지 이름이 새겨진 표석을 깨끗이 닦고, 쓰다듬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강씨는 아무런 죄도 없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도 억울한데, 아직도 4.3 희생자들에게 빨갱이를 운운하는 소리를 들으면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고 했다.

강씨는 “4.3 당시 애월읍 하귀리 가문동에서 살았는데, 구엄리 사람들이 우리 아버지에게 빨갱이라며 손가락질을 했고,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경찰관들이 아버지를 잡아갔다내가 울면서 따라가니 아버지가 이쁜 꽃신을 사다 주겠다며 어머니와 잘 있으라고 했다. 그게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이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강씨는 이어 이후 아버지가 여수로 가는 배를 탄 것으로 안다. 당시 경찰관들이 몸에 돌멩이를 매달아 아버지를 바다에 빠뜨려 돌아가시게 했다는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들었는데 확실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강씨는 당시 매우 어리고, 가진 사진 하나 없어 아버지의 모습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강씨는 경찰관들이 아버지를 잡으러 왔을 때 고모가 아버지 모습이 담긴 사진을 항아리에 담아 땅속에 묻었지만, 폭우로 떠내려가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아버지 유해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아버지를 돌아가신 어머니 묘지 옆에 묻어드리는 것이 죽기 전 마지막 소망이라고 말했다.

이날 유족들은 4.3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반드시 올바른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고, ·보상 문제도 빠른 시일 내 해결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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