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꿈 키워온 제주인재육성장학기금의 당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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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논설위원

감귤이 대학나무로 뿌리내리기 전에는 대학생이 된다는 게 꿈같은 일이었다. 1977년 겨울의 내게도 대학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다. 고등학교도 여의치 않아서 학비 면제의 실업학교에 다니던 때였다. 축복이 재앙 속에 숨어왔던 것일까? 학교가 ‘춘원장학금’을 추천해 주었다. 장학금을 타러 제주시로 가는 길, 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몸이 창가로 쏠렸다. ‘아이쿠’하는 순간, 돌담 밑에서 눈을 뒤집어 쓴 수선화가 놀란 듯 몸을 흔들었다. 찬바람에 부대끼는 모양이 애처로워 보였다. 내년이면 나 또한 어느 세파에 휘둘리며 몸부림을 칠 터였다. 앞날을 생각하니 설움이 치밀었다. 눈물이 쏟아지는 순간, 버스가 덜컹거렸다. 얼른 눈물을 훔치는 나를 아버지께서 붙드셨다. “정옥아, 큰 공부를 해야 크게 돈을 벌 수 있다. 이 장학금으로 돼지를 사서 키우면 입학금은 마련할 수 있을 게다.” 그렇게 나는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등록금은 11만5000원이었다.

장학금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만큼 소중할 때가 있었다. 장학금은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학업 혹은 연구 성과가 뛰어난 사람에게, 배움을 장려하는 목적으로 지급되는 돈이다.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이 수행하는 제주인재육성장학금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희망 장학금, 성적우수생들의 성취 장학금, 예·체능 분야의 재능장학금, 농어촌지역의 특별장학금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장학금의 재원인 제주인재육성장학기금은 2000년 12월, 제주국제화장학재단이 설립된 이래 20년 동안 모여진 124억8000만원이다. 동 재단은 일반적인 장학금 지원 외에 인재육성 사업을 겸함으로써 전국 최초의 ‘특수목적 기능을 가진 재단’이 됐다. 올해 4회째를 맞는 제주청년 해외배낭연수가 바로 그 특별한 목적에 기인한다. 이 밖에도 도민들의 외국어 역량강화와 지역특화 인력양성 등이 이뤄지고 있다. 이 기금의 첫 번째 마중물은 복권기금 55억원으로, 제주도가 한발 앞서 창안한 관광복권의 열매다. 여기에 제주도가 출연금을 더해서 64억8000만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기존 4개 시·군의 장학금과 인재육성기금을 통합했다. 42억4500만원.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뼈아픔에 민관이 힘을 합쳐 모은 금전이다. 여기에다 탑동매립 사업자인 범양건영이 기탁한 20억가량과 제주도의 출연금이 더해졌다.

올해는 제주인재육성장학기금에서 거두어진 이자 2억원가량과 제주도의 출연금,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의 사업비를 합해서 3억9000만원의 장학금이 2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또한 제주도가 출연한 2억7000만 원의 예산으로 꿈을 품은 제주 청년들이 세계를 마음껏 여행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6억6000만원으로는 제주 인재들의 간절한 소원을 담아내기가 난망이다. 장학금과 배낭여행 모두 경쟁이 치열하다. 인재육성을 위해 인천은 89억, 울산도 15억을 투입한다. 시민들의 기부금이 투입된 금액이다.

어떻게 하면 제주특별자치도의 학생과 청년들이 더 큰 내일을 향해 마음껏 비상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은 뜻 있는 기업과 도민들이 기부할 수 있는 장치를 준비해 왔다. 봄꽃들이 만개하는 이 4월에 맞춰서 지정기부금단체를 신청해 놓았다. 20년 전에 시동했던 제주국제화를 위해 다시 한 번 도민들께서 마음을 모아주실 때다. 조밥 먹으면서 조냥하고, 물질하면서 조냥해서 설운 자식들을 서울로 보냈던 향토장학금의 체온으로. 사람 꽃을 피울 차례가 그대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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