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와 10대 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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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실버 파워’가 강한 곳을 들라면 단연 미국 은퇴자협회다. ‘흩어지면 죽는다’(Divided We Fall)가 이 단체의 구호다. 결집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의 해병전우회를 연상하게 한다. 회원 수가 미국 유권자의 20%에 달하며 상·하원 의원의 90%가 가입됐다. 미국에서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 전미총기협회 등과 함께 3대 로비 단체로 꼽힌다. 건물 자체는 백악관 바로 앞에 있다.

50세 이상 중·장년층이면 가입할 수 있으며, 연회비는 16달러 정도다. 혜택이 많기에 가성비(가격 대비 효과)는 최고다. 단체의 구호처럼 하나로 똘똘 뭉쳐 미국 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은퇴자의 이익에 반하는 법령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다양한 방법으로 의회에 압력을 가한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어느 유력 정치인은 한 인터뷰에서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했다가 정치 생명까지 위협받았다. 20·30세대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한 얘기라며 수습에 나섰으나 엎질러진 물이었다. 당시만 해도 60대 이상 유권자는 600만명으로, 전체의 16.9% 정도였다.

하지만 21대 총선에서의 60대 이상은 1201만명이다. ‘노인 폄하 발언’이 있을 때와는 천양지차다. 그 비중도 전체 유권자의 27.4%로, 4명 중 1명꼴을 넘는다. 50대(19.7%), 40대(19.0%) 등 타 연령대와 비교해도 훨씬 많다. 이 같은 현상은 향후에도 두드러질 것으로 본다.

고령화 세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국가에서 이들의 의사가 정책 결정 과정을 좌우하는 현상을 ‘실버 민주주의’라고 한다.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다. 은퇴자라고 할 수 있는 60대 이상의 의사가 정책 결정을 좌우하고, 이들에게 치우친 정책이 쏟아진다는 뜻이다. 이들은 선거에서 정당보다 복지나 연금, 일자리, 의료 등에 투표권을 행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실버 세대는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높다. 이를 놓고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번엔 선거연령도 만 18세로 하향 조정됐다. 고령화로 인한 세대 간 투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만 19세까지 합하면 10대는 115만명(2.6%)이다.

연령대별 표심 공략이 중요해졌다. 박빙의 승부처가 많아서다. 지난 총선에서 13곳이 1000표 미만으로 당락이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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