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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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1918년 스페인독감 때 미국의 두 도시는 상반된 대응으로 인명 피해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졌다. 102년 전 세계적으로 5000만명이 희생될 때 필라델피아와 세인트루이스의 독감 대응 실례다.

필라델피아는 그리스어로 ‘우애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민들의 활동을 통제하지 않았다. 의료진의 경고에도 시 당국은 20만 시민이 운집한 거리 행사를 강행했다. 매일 수백 명씩 독감 환자가 발생·사망하는 악몽이 지속된 뒤 1만3000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반면 세인트루이스 당국은 독감 유행 조짐이 일자 의료진에 전권을 위임하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대규모 행사는 취소했고 학교와 교회, 극장도 문을 닫았다.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홍보하며 3개월간 시를 걸어 잠근 결과 희생자를 2910명으로 줄일 수 있었다.

▲코로나19를 막을 최고의 방책은 ‘격리’라고 한다. 전 세계가 물리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이유다. 하지만 사람이 매개체이다 보니 지구촌 곳곳에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첫 환자가 보고된 후 석달 남짓에 코로나19 확진자는 150만명을 넘었다. 사망자도 9만명에 다가섰다. 우리나라도 매일 50명 안팎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총 환자는 1만300명을 웃돈다.

그런 상황에도 최선의 방책인 자가격리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 확진받은 경기도 군포의 50대 부부는 격리 지침을 어기고 미술관·식당 등을 돌아다녔다. 감염 증상에도 해열제를 먹고 입국한 미국 유학생은 기내에서만 20여 명의 접촉자를 냈다. 자가격리 위반자는 9일 현재 137건이 적발됐다. 지역사회에 큰 피해를 안기는 위중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4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19일까지 2주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마스크 등 오락가락하는 행정을 드러낸 부분도 있지만 지금은 시민 모두가 거리두기 정책에 힘을 실어줄 때다. 실로 필요하다.

굳이 상춘 나들이를 원하다면 거리두기를 한 채 걷자. 자동차를 탄 채 즐기는 ‘드라이브 스루’ 구경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집 주변에서 소소한 봄꽃을 즐기는 일이다. 나무 위를 봐도, 아래를 들여다 봐도 꽃이 지천인 요즘이다.

소통이 사회활동의 최고 덕목인 시대에 거리를 두라는 조언은 슬픈 처방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시민 다수가 집에서 조용히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건 꽃을 싫어서가 아니다. 조금 더 참아야만 사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다는 걸 공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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