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림 업보
대물림 업보
  • 제주일보
  • 승인 202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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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영혼은 몸의 일부가 아닌 존재이다. 언제라도 지척에 있으며 조용한 간섭으로 삶의 지침이 되는 교훈을 알려준다. 숙제의 답을 알고 있기에 잘못에 대한 깨우침을 주려고도 노력한다

가위에 눌리는 원인은 새로움을 택하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착하고 아름다운 정성으로 이웃에게 웃음을 주라고 당부하고 한 단계 발전하는 모습에는 힘찬 박수를 보내준다. 가난에서 나오는 베풂에 점수를 주며 값싼 동정에는 매서운 회초리를 든다

죽음 이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야 한다. 사랑은 마음이 아닌 심장에서 시작되며 행동과 말에는 꼬리표가 붙는다

찾아오신 분은 팔십이 넘은 노인인데 인생 부질없다는 회환과 원망으로 잠조차 잊은지 오래라고 털어놨다

그는 일찍이 선친의 사업을 이어받아 평생을 호의호식하며 살았다. 젊었을 때 객기로 부인 속도 어지간히 썩였지만 아들 형제와 딸을 부족함이 없이 키웠고 장성해 일가를 이룰 때까지 물심양면 도왔다. 그리고 장남에게 가업을 이어받으라 했더니 서류를 위조해 모든 재산을 본인 명의로 돌려놓았단다. 물론 합법적 조치도 아니었고 사전 동의도 없었다. 부자간의 일이라 이해를 해보려고 했으나 결국엔 고소 고발로 이어져 재판을 앞두고 있단다. 이번 기회에 혼을 내주겠다는 모진 결심을 한 상태였다.

가족의 존엄성과 천륜을 거스르는 있어서는 안 될 혀 차는 사정이었다. 방법을 찾아보자고 어렵게 대답하고 그가 어떻게 살아왔나 되짚어 보았다

이어 나오는 장면은 요즘 말로 갑질이었다. 약자에게 욕설과 폭행은 예사요, 가지려는 욕심은 원망을 들었다. 부끄러움이나 죄의식은 땅에 묻혔고 기본적인 인격마저도 사치일 정도였다. 지금에 와서 누구 탓할 수 없는 대물림이요, 업보였다

한숨부터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두고 볼 수는 없어 찾아낸 것이 회초리보다 당근이었다. 다행히도 어쩔 수 없이 했던 선행이 있어 그 일을 칭찬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 적이 있냐고 물으니 반색하며 그렇다고 답했다. 그것이 희망의 씨가 될 수 있으니 아까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라 했다. 작은 것을 아끼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하니 알았단다

개운함보다는 씁쓸함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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