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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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시인/수필가)

교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자문관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 선생님, 너무 반가워요. 언제 귀국했나요?”

이 주 전에 서울 도착해서 바로 시내 호텔에 격리되었다가, 어제 저녁 해제되어 오늘이 집에서 맞는 첫 아침입니다.”

김 선생님은 의료 분야 최고 전문가로 아프리카 세네갈 보건부에 파견되어 자문단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이다. 이 단체는 우리나라 유일의 공적 원조기관으로 전 세계 52개국에 1970명의 봉사 단원을 파견하고 있다. 한 달 전에 최근 세계적으로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봉사 단원 전체가 귀국해야 할 것 같다고 전해 왔었다. 귀국 후 지루한 구금의 생활을 마치고 보건소에서 음성 확진 판정을 받은 후에 귀가한 것이란다.

여러 해 전 나는 아프리카 세네갈 교육부에 교육정책 자문관으로 파견되어 김 선생님과 함께 생활했었다. 틈나는 대로 함께 김장도 하고 요리도 해 먹으며 외로움을 달래곤 했었다. 내가 귀국할 때는 김 선생님이 내가 거주하던 집으로 이사 오게 되어, 얼마 안 되는 내 살림살이를 모두 인계하고 왔었다. 세간살이 값을 극구 사양했는데도 주머니에 구겨 넣어 주어 곤혹스러웠다. 궁리 끝에 남겨둔 책갈피에 봉투를 넣어두었다. 귀국 후에 알려주었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혹독한 환경에서 끈끈했던 우정이 지금도 대서양 너머 일렁이는 듯하다.

김 자문관은 뛰어난 의료 전문가로 삼성 그룹 고위직으로 퇴임했고 삼성의료원 설립의 실무 책임자였다고 한다. 외국어 능력이 워낙 뛰어난 분으로, 평소 대화할 때도 삼분의 일은 영어가 뒤섞인다. 나는 가능한 영어를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 분은 습관이 돼서 그런지 거칠 것이 없었다.

세네갈에 있을 때 에볼라가 서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발생했다. 세네갈 인근 기니, 말리, 시에라리온 등이 중심지였다. 에볼라는 원래 아프리카 자이르의 에볼라강에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로, 수단 서부에서 처음 발병한 감염병이다. 세네갈은 국경을 바로 폐쇄하고 방역에 힘썼다. 그런데도 세네갈에도 에볼라 환자가 발생했다. 인근 국가에서 대학생이 몰래 국경을 넘어 잠입했고 검진 결과 에보라에 감염되어 있었다. 당시에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치명률은 90%였다. 이 대학생은 자기 나라에선 치료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하여 의료 시설이 좀 나은 세네갈로 밀입국한 것이었다.

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급속히 퍼진 이유는 전통적인 장례의식에도 있었다. 장례식에서는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망자에게 깊은 신체 접축을 하면서 송별의식을 하는데 이로 인하여 참석자들은 한꺼번에 감염되는 것이다. 매일 대통령과 보건부 장관은 방송에 출연하여 현재 상황과 예방 수칙 등을 알렸다.

전국의 국제협력단원들이 소집되었고 모두 귀국할 준비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한국의 가족 친지들은 매일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고, 귀국을 독촉했었다. 지금의 한국 상황을 보면 그 당시에 한국 가족들의 파견 봉사단원들에 대한 걱정과 귀국 종용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다 갑자기 에볼라 상황이 진정되어 전체 귀국은 취소되고, 희망자에 한하여 귀국하도록 했다. 60%의 단원이 귀국했다. 이에 따라 협력단 사업은 많이 취소되거나 중단되었다. 사업과 신용이 회복되는 데는 여러 해가 소요되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 모든 단원들이 귀국했으니 다시 재개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단원들은 급하게 귀국 명령이 떨어져 모든 살림살이는 그냥 놔두고 몸만 빠져나왔다고 한다.

이번 사태로 우리는 수많은 시련과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 생활 터전의 상실, 사람과 조직에 대한 불신과 절망,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다. 오늘도 산에 올라 먼 하늘을 처다 보며 우울한 상념에 젖어 본다. 그러나 생각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는 용기 있게 맞서오지 않았던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강이든 성난 노도든. 그리고 말했었지,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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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식 2020-04-29 08:38:13
세네갈에서 봉사활동 잘 하시고,, 귀국후에도 지면을 통해 가끔 경험했던 소식 전해주는 선생님 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