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꾸어 놓은 사회적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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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우 제주대학교 실버케어복지학과 교수 / 논설위원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endemic)에 빠져 있는 가운데 제주는 신속하게 제주형 재난긴급생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모두에게 조건 없이 소득을 제공하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초기 사회적 위험은 전쟁, 흉작, 질병 그리고 산업화시대 개인의 노동력상실에 따른 빈곤문제가 심화되면서 중요한 위험으로 인식되었다. 과거 미국은 대공황기간 뉴딜정책과 함께 사회보장제도 구축을 통해 사회적 위험을 극복하였고, 독일에서는 산업재해와 실업과 같은 산업화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최초로 산업재해보험법과 의료보험법 등 사회보험제도의 도입을 통해 해결해 나갔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회보장정책은 사회적 위험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였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반면, 20세기 이후 세계화의 가속화와 저출산·고령화에 의한 사회경제적 변화는 여러 형태의 사회문제가 복합성을 띠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대로 인한 돌봄 문제,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따른 고용불안 증대, 절대적·상대적 빈곤의 증가, 비정규직 확산과 근로빈곤층 증가, 사회양극화 심화, 세대 간 문제 그리고 기존 사회보장제도에서 배제된 일련의 사각지대 문제 등이다. 더 이상 사회적 위험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사회적 위험은 개인뿐만 아니라 불특정다수를 포함하며,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강하고 매우 복잡하다. 더욱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나 환경문제, 기후변화 등은 새로운 사회적 위험의 성격과 범위를 한층 가속화시킴으로서 위험의 예측을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정책 혹은 사회보장체계는 대부분 사후보호적 성격이 강하며, 가구단위의 가장중심 소득보장체계이다. 한층 복잡해지고 강력해진 사회적 위험에 대해 얼마나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점점 복잡해지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재화의 분배를 통한 기존의 접근이 아닌 위험의 분배와 예방을 통한 새로운 위험 대응체계로서 사회복지정책이 변모해야 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정책이 나올 때마다 나타나는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논쟁의 거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시 코로나19로 인한 주변을 둘러보자! 제주의 관광업계와 시장경제는 IMF시기보다 더 어려운 실정이고, 학교는 비대면수업으로 자녀들의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부모의 일상생활도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다. 명칭은 다르더라도 정부와 제주가 추진하고 있는 긴급생활지원금이 일시적으로 가계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결코 예방책은 될 수 없다.

제주가 섬이라는 고립된 자연환경과 서비스 중심의 경제 환경을 고려한다면 지금과 같은 새로운 사회적 위험들이 미치는 직·간접적 영향력은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 따라서 코로나19를 계기로 새로운 사회적 위험이 제주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특히 도민을 위한 사전적 대응기제로서 지방정부 차원의 지역사회복지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지금부터 갖추어 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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