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에 대한 그리움을 찾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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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전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류시화는 조용히 읊조린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은/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내가 삶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그리움 때문/ 지구가 나비 한 마리를 감추고 있듯이/세상이 내게서/ 너를 감추고 있기 때문/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나비의 그 날개짓 때문.’

석주명은 1943년 경성제국대학 생약연구소 제주도 서귀포 시험장에 파견을 자원했다. 그때까지 제주도는 채집여행이 쉽지 않아 그의 연구에서 취약지구였다. 19455월에 제주도 생활을 접을 때까지 2년여 동안 제주도의 독특한 자연문화에 매료되었다.

그는 곤충채집·방언·인구·고문헌 등을 조사하며,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포괄한 제주도 자체를 연구했다. 지역연구 혹은 융합연구의 개념의 도입이 없던 시절에 석주명은 6권의 제주도총서를 발간하여 제주학의 토대를 구축했다.

제주 방언과 다른 지역 것과 친연관계를 연구하는 것은 나비의 지역적 분포와 친연관계를 밝히는 것과 방법론상으로 동일했다. 우리말에 대한 그의 관심과 재능은 나비 이름을 명명하는 데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현재 상용되고 있는 나비 이름을 보면 그가 얼마나 재치 있고 풍부한 감성을 지녔는지 알 수 있다.

그는 굴뚝처럼 까맣기 때문에 굴뚝나비, 반투명한 날개를 뽐내기 때문에 모시나비, 험준한 고산에서 살아서 지옥나비, 자연에서 까불대며 나는 모양 때문에 팔랑나비 등으로 명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비 연구에 평생을 바친 석주명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석물결나비라는 이름을 남겼다.

1950106나는 나비밖에 모르는 사람이야라는 마지막 외침을 총성 뒤로 남기고서 나비 박사석주명은 세상을 떠났다. 그렇지만 한국의 파브르, 위대한 과학자 석주명은 나비로 부활하여 영원히 우리 곁에 있다.

녹음이 짙푸르러가는 7월을 맞으면 석물결나비는 한라산 숲속에서 하얀 꽃을 피워낸 곰의말채나무를 방문한다. 이때 간혹 들려오는 청량한 계곡 물소리에 석물결나비는 숙연해진다. 또한 석물결나비는 자연, 인간, 과학, 문화가 융합된 밝은 미래의 제주도를 설계한다.

석주명은 스승의 가르침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면서 제자들에게도 그 말을 전했다. “남들이 하지 않은 분야에 10년간 열정을 쏟으면 반드시 성공한다. 세월 속에 씨를 뿌려라. 그 씨는 쭉정이가 되지 않도록 정성껏 가꾸어야 한다.” 석주명은 나비라는 한 분야에 자신의 삶을 투자함으로써 나비와 함께 세상을 향해 날았다. 그 결과 그의 과학정신과 탐구정신은 지금도 우리에게 꿈과 희망과 보람을 선물한다.

석주명과 파브르는 남들이 도전하지 않은 분야를 평생 연구해서 세계적인 학자가 되었으며, 이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파브르의 곤충기’(부제: 곤충의 본능과 습성에 관한 연구)는 장 앙리 파브르가 평생에 걸쳐 수행한 곤충 관찰 기록을 토대로 10권으로 간행되었다. 이것은 남프랑스를 바탕으로 곤충의 생활을 정확하고 객관적이면서도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학적 표현을 사용하여 집필되었다.

정호승은 나비와 꽃과 물을 되씹으면서 자연과 하나임을 표현했다. ‘물은 꽃의 눈물인가/ 꽃은 물의 눈물인가/ 물은 꽃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고 /꽃은 물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

곤충을 탐구할 때 파브르는 특유의 검정색 모자에 소박한 옷차림으로 종종 길가에 엎드려 곤충을 관찰하는 바람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광인 취급을 받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석주명은 나비를, 파브르는 곤충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 한다. 미래가 불확실한 요즘 우리도 석주명과 파브르처럼 남들이 가지 않는 독특한 분야에 열정을 투자하면 찬란한 길이 열릴 것이다.

석주명 박사가 둥지를 틀었던 곳, 서귀포시 토평동에 위치한 연구소를 중심으로 정방폭포와 불로장생의 꿈 서복전시관, 쇠소깍 등을 연결하는 일대에 특성화 분야를 개발·투자하면 석주명의 나비효과에 의해 서귀포가, 제주도가 세상을 향해 날 것이다. 아침에 너는 나비 한 마리로 우리에게 날아와 희망의 문을 열면서 미소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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