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바람꽃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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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건 수필가

오랜만에 절물오름을 찾았다. 2월 중순, 겨울 끝물이선지 차가운 기운은 있었으나 맑은 날씨였다.

데크산책길을 올라가는데 잎사귀가 다 떨어진 앙상한 나무 가지들이 뒤엉켜 있었다. 멀리 앞자락에 민오름의 자태가 드문드문 보이기도 하였다.

조금 더 올라가면서 밑을 내려다 보니 노란꽃과 흰꽃들이 활짝 피어 인사를 하고 있다. 복수초와 변산바람꽃이 오순도순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것이다. 군데 군데 조그만 군락지를 이루어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복수초는 초록색 빛깔의 잎사귀에 노랑꽃이 피어 그 모양이 눈에 곧바로 들어오지만, 변산바람꽃은 땅에 거의 붙어 있어서 멀리서 보면 눈송이 같이 보이기도 하였다. 꽃의 크기가 작고 키도 매우 작아서 앙증맞게 예뻤고 자세를 낯추어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 변산바람꽃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하얀 모습으로 얼음 덜 풀린 땅 위에 고운 자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복수초와 함께 봄의 전령사라고 하고 있다. 하얀꽃의 자취를 찾아서 따라 올라 가다 보니 오름의 중간 이하에서 많이 흩어져 피어 있었다.

이 꽃은 흰색의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이는데, 보통 우산처럼 생긴 꽃받침 5장이 꽃잎과 수술을 받치고 있고 이 꽃받침잎이 벌이나 나비 등을 유인하기 위하여 꽃잎처럼 활용하고 있다. 나는 이 자그마한 귀여운 꽃에 매료되어 사진을 여러번 찍었다.

보통 산행길에서는 걷는 데에 집중해서 산을 오르기 때문에 주변풍광을 중심으로 보게 된다.

이제까지는 멀리 보이는 산의 멋진 모습, 산방산위에서 본 바다경치, 눈덮인 왕관능에서 본 주위의 경치, 영실계곡의 웅장한 모습, 식산봉에서 본 일출봉 주위의 경치 등에 대한 감상 경험이 의미있는 산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도 집중하여 보아온 꽃이 없는듯 하다. 지난 11월에 출간된 내 수필집을 보면 짐작할 수 있듯이 나의 글쓰는 스타일이나 나의 패턴이 어느 정도 들어나 있기도 하다.

어쩌면 자기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대체로 부드러운 성품의 묘사, 삶의 의욕, 취미, 가치있는 삶 등에 대하여 썼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땅에 거의 닿을듯이 고개를 숙이고 이 작은 하얀꽃을 찍는 내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낙엽 사이나 돌틈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처럼 피어 있는 이 꽃은 작고 가냘프게 보이지만 개성있고 아름다움을 한 껏 자랑하고 있다.

꽃의 길이를 가늠할 수가 없어서 가까이 가서 보니 풀숲으로 가려져서 키가 더 작게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이 꽃에 대하여 더 알기 위해서 3주간을 관찰하였다. 그 많은 꽃 중에서 이 꽃을 생각하다보니 자꾸 보고싶어진다.

아름다운 흰꽃받침잎으로 곤충을 불러드리는 일, 커다란 나무의 잎들이 나오기 전에 태양의 햇빛을 더 많이 받을려는 일들은 조물주가 내려주신 섭리인지는 몰라도 이것이 이 꽃의 생존 적응력이라고 한다면 우리 인간이 본받을만한 지혜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 꽃의 꽃말은 덧없는 사랑이라고 한다.

덧없는 사랑이란 어떤 사랑일까. 뿌리를 따뜻하게 보호해주는 낙엽에 대한 사랑일까, 온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햇님에 대한 사랑일까.

짧은 기간의 사랑이라 허망하게 느끼는 것일까. 이 세상 만물이 의미없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처음으로 이 꽃을 발견하고 자료들을 찾아내어 비교해 보고 확인하러 현장을 찾아갔다. 그야말로 가냘프고 하얀 꽃에서 매서운 한파를 이겨내는 강한 생명력을 발견하면서 사랑을 느끼게된 것은 오히려 내 쪽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꽃인데 땅위에 거의 붙어 있는 이 꽃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어쩌면 이제 나도 보는 눈이 망원경에서 현미경 스타일로 바뀌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곳에 좋은 마음의 친구를 맞이하게 되어서 내년에 찾아가 볼 생각이다. 생각만 해도 희열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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