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레와 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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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기 시인

수건은 몸이나 물건을 닦기 위해서 무명이나 베 따위를 끊어서 만든 헝겊이고 걸레는 더러운 곳을 닦거나 훔치는 데 쓰는 헝겊이라고 사전에서 설명하고 있다. 똑같은 헝겊이지만 발을 닦으면 발걸레가 되고 손을 닦으면 손수건이 된다. 이렇게 발은 더러운 곳인가. 발 입장에서는 억울해서 미칠 일이다,

사지(四肢)가 멀쩡한 놈이 할 일이 그리도 없단 말이냐라고 말할 때의 사지는 두 팔과 두 다리를 일컫는 말이다. 물론 팔에는 손이, 다리에는 발이 포함된 말이다. 발은 손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이동시켜 주는 중요한 역할을 묵묵히 하는데도, 손은 결과물을 얻고 나면 발의 공로를 잊어버리기 일쑤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세수를 할 때에도 손 씻고 난 물로 발을 씻고 수건으로 손 닦은 다음에 발을 닦고는 더러운 물건을 팽개치듯 던져버린다. 어디 그뿐이랴 모든 것은 손이 발보다 앞에 있다. ‘손발이라고 하지만 발손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발은 억울하다. 무거운 몸을 묵묵히 지탱하고 숨쉬기도 어려운 신발 속에서 참고 참았지만 항상 손에게 그 공을 빼앗기고 손 뒤에 서서 기다리고 기다린다.

엊그제 어버이날이 지나갔다. 어머니날로 기념되다가 아버지를 겨우 붙여 어버이날로 기념한 것도 역사가 길지 않다. 묵묵히 가정을 받들고 지탱해온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발처럼 일해 온 아버지와 달리 손처럼 돋보이는 어머니의 은혜가 더 강조되는 것을 보면서 억울해 하지는 않을까. 그저 기다리고 기다릴 뿐인 우리 아버지들! 그 고마움에 고개를 숙인다.

우리 사회는 발처럼 묵묵히 일하는 사람과 발의 공까지 전부 챙기고 생색내는 손 같은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손이 소중하다면 발도 그와 똑 같이 중요하다. 이 사회의 밑바닥에서 힘들고 더러운 일을 묵묵히 하며 땀 흘리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분들의 발을 닦는 헝겊은 분명 발걸레가 아니라 발수건이라야 한다. 나는 오늘부터 발수건이라고 쓰려한다.

더럽고 지저분하여 깨끗하지 못한 사람을 비유할 때도 걸레라는 말을 쓴다. ‘걸레 같은 여자걸레 같은 남자라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일 것이다. 지조 없이 권력이나 이익에 빌붙어 사는 사람들을 청소할 때 쓰는 것이 진짜 걸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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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식 2020-05-12 11:45:46
어릴적에는 발걸레를 썼었는데 결혼한 후 40 여년을 발수건을 쓰고 있으니 작가님 생각과 일치하네요
발도 우리 몸의 일부입니다.
누워 있을 적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무거운 우리 몸을 짊어 지고 다니고 있습니다.
전에 어떤 분께 들었었는데 자기는 손수건 발수건 따로 쓰지 않고 씻고 난 후 발먼저 딲고 얼굴을 딲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소중한 발 잘 대접합시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다니 2020-05-12 09:04:32
아침 떠뜻한 글 한 편으로 세상이 달라보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