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불씨라도 방심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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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부국장

2006년 4월 5일 서기 671년(신라 문무왕 11) 의상(義湘)이 창건한 강원도의 천년고찰 낙산사가 시뻘건 불길에 휩싸였다.

전날 강원도 양양군 임야를 태우고 남은 작은 불씨가 낙산사 주변의 소나무 숲으로 날아든 것이었다. 이 불로 관세음보살을 봉안한 전각인 원통보전(圓通寶殿)을 비롯해 경내 목조건물 대부분이 소실됐다. 또한 조선 예종이 아버지 세조를 기려 만들었다는 보물 479호인 동종도 녹아내렸다.

작은 불씨 하나가 이처럼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화마(火魔)를 일으킨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의 코로나19 정국이 이 같은 모습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45일간 시행해온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난 4월 30일 부처님오신날을 시작으로 이달 5일 어린이날까지 황금연휴가 끝난 지난 6일부터 일상생활과 방역을 병행하는 ‘생활 거리 두기(생활방역)’으로 전환했다.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에 따라 그동안 문을 닫았던 박물관, 공연장, 복지관 같은 실내 공공시설들이 단계적으로 문을 열었다.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 등도 방역 수칙을 준수한다는 조적으로 운영을 재개했다.

금주부터는 초중고교도 순차적으로 등교 수업을 실시키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전파력이 강하고, 발생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아 아직 모르는 것이 많은 감염병으로, 국내외 방역 당국은 오히려 올해 가을이면 코로나19가 더 크게 유행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제주에는 지난 황금연휴 기간에 20만명 가까운 관광객들이 찾았다. 언제 어디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주도는 정부의 생활방역 전환 방침과 달리 오는 20일까지 2주간 더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키로 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을 이용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경기도 용인시의 20대가 지난 2일 이태원의 클럽을 이용한 후 지난 6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감염이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그리고 제주에까지 확산되며 신규 환자가 130명을 넘어섰다

제주에서는 30대 여성이 지난 5일 이태원 클럽 방문 후 6일 오후 제주로 돌아왔으며, 사흘 뒤인 9일 환진 판정을 받았다. 이 여성은 무증상 상태서 사흘 간 자신이 일하는 의료기관 고객 127명을 비롯, 출퇴근한 버스 운전사, 식자재마트 직원 등과 접촉해 현재 140여 명이 자가격리 조치됐다.

이 여성뿐 아니라 지난 황금연휴 기간 제주에서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도민은 100명이 넘는다. 다행히 현재까지 14번째 확진자 외에는 모두 음성이다.

제주는 지난 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모두 퇴원하면서 ‘코로나19 청정지역’이 됐으나 이 여성의 이태원 클럽 감염으로 인해 하루 만에 청정지역 선언이 깨졌다.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지난 황금연휴를 계기로 서서히 기지개를 펴는 모습을 보이던 제주관광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클럽 방문 도민이 더 있을 수 있다. 이들이 코로나19의 시한폭탄으로 작용하면서 도민사회 불안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지난달 16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둑을 쌓는 것은 오래 걸리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작은 방심이 자칫 대규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인데 현실된 것이다. 방심은 금물이다.

이번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이 제2의 신천지 사태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역당국의 철저한 방역과 국민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가 더욱 절실해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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