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빅브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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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그는 자고 있든 깨어 있든, 일하든 쉬든, 목욕탕에 있든 침대에 있든, 경고나 예비지식 없이 감시를 받고 있다…당원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상경찰의 감시 속에 살기 때문에 혼자 있어도 혼자라고 확신할 수 없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이 쓴 소설 ‘1984년’의 한 대목이다. 냉전시대 소련체제를 비판하기 위해 출간한 작품으로 등장인물 ‘빅브러더’는 시민을 24시간 감시하는 걸로 악명이 높다.

주인공은 텔레스크린이라는 특수화면으로 모든 사람을 감시한다. 요즘의 인터넷이나 CCTV가 나오기 전이지만 상상 속의 첨단기기가 다 등장한다. 감시 방법도 기상천외하다. 식민지 미얀마의 경찰로 근무했던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다. 60여 나라 언어로 번역될 정도로 인기를 끈 작품이다.

▲코로나19가 지구적 재난을 틈타 빅브러더(거대 권력자)의 그림자를 세계 곳곳에 드리우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빌미로 각국이 첨단기술을 이용한 감시체계를 강화하면서 인권 침해 논란을 부추기는 것이다.

중국·인도 등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프라이버시를 중시해온 유럽 국가들까지 개인 위치 데이터를 정부가 저장·관리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아예 코로나 이후 위치정보 수집을 합법화했다. 역학조사 목적에 한해 통신사 등으로부터 확진자의 위치 정보와 결제 정보, CCTV 영상을 바로 받아 분석할 수 있다. 전에는 위치 정보 수집에 두 시간 넘게 걸렸지만 지금은 10분이면 끝난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정보화사회의 필수품을 이용해 우리의 모든 일상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를 감염병의 시대로 규정했다. 제2, 제3의 코로나 사태가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언제까지 위치 추적과 감시카메라 등에 기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면에서 빅브러더는 ‘양날의 칼’이다.

심각한 건 각국 정부가 확보해둔 개인 정보가 어떻게 사용될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2주가 지난 확진자 동선 정보는 삭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퍼져 나간 개인 정보를 완전히 없애기는 쉽지 않다는 게 통설이다.

첨단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는데 사생활 방어벽은 점점 물러지고 있다. 설령 그렇더라도 국가 안보 혹은 범죄 예방을 빌미로 권력의 눈초리가 내 집 문턱까지 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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