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사건 1년…유족들 "지금이라도 문 열고 들어올 것 같아"
고유정사건 1년…유족들 "지금이라도 문 열고 들어올 것 같아"
  • 좌동철 기자
  • 승인 2020.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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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줄 동화책과 내의 방 안에 간직
부모는 봉안묘 주변에 꽃 심으며 극락왕생 기원
고유정 전 남편이 지난해 5월 25일 사건 당일 아들에게 만들어준 태극기 바람개비와 30만원 상당의 장난감을 결제한 내역이 찍힌 휴대폰. 이 휴대폰은 최근 검찰로부터 돌려받은 것이다.
고유정 전 남편이 지난해 5월 25일 사건 당일 아들에게 만들어준 태극기 바람개비와 30만원 상당의 장난감을 결제한 내역이 찍힌 휴대폰. 이 휴대폰은 최근 검찰로부터 돌려받은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줄 알았는데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형님은 지금이라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습니다.”

지난해 5월 25일 전 남편 강모씨(사망당시 36세)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은닉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 사건이 어느덧 1년이 됐다.

유족들은 사건 발생 100일을 앞두고 지난해 8월 시신 없는 장례를 치렀다. 지난 4월에는 음력으로 기일을 정해 첫 제사를 지냈다.

지난 22일 피해자 강모씨가 살았던 제주시의 한 아파트를 찾아가자 남동생 강모씨(34)는 형이 생전에 살았던 방을 공개했다.

국비 장학금을 받고 1년간 네덜란드에서 유학했던 강씨의 유품으로는 전공서적과 소소한 옷가지, 모자가 전부였다.

대학에서 교수직 제의까지 받았던 강씨는 박사과정 3개월을 남기고 고유정이 휘두른 흉기에 이승에서의 삶을 마감했다.

시신을 찾지 못한 유족들은 모자에 남아 있던 머리카락 7개로 장례를 치렀다. 고인의 방안에는 아들(5)에게 주려던 옷가지와 동화책도 간직해 있었다.

남동생 강씨는 “형님의 유품은 1년 전 그대로 보관해 놓았고, 형님이 탔던 차량도 예전 그대로인 상태로 제가 운전하고 있다”며 “형님이 지금도 한 집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처분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숨진 강씨의 머리카락과 옷가지로 불교식 장례를 치른 후 도내 한 사찰 봉안묘에 안치했다.

강씨의 부모는 우울증을 앓다가 매주마다 빠짐없이 봉안묘를 찾아가서 꽃을 심으며 아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있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묘지 주변에 꽃을 심고 돌보며 심신을 달래고 있다.

남동생 강씨는 악몽을 자주 꾸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고유정은 유족에게 사과 한마디는 커녕 재판부에 반성문조차 제출하지 않았죠.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고유정 변호인은 유족에게 죄송하다며 말한 후 바로 저의 형님을 '변태 성욕자’라고 말하더군요. 당시 상황이 꿈에 나타날 때면 ‘그럴 사람이 절대 아니다’라고 외치는 악몽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고유정이 제출한 그 많은 이혼서류에는 ‘변태 성욕’은 한마디도 없었다며 형님의 술주정과 경제적 문제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공과금 납부내역과 80페이지에 달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형님의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해보니 한 달 내내 대학과 집만 오고간 장면만 찍혀있었다고 했다. 연구실에서 신재생에너지공학 박사과정을 전공하는 동안 대학과 집 외에 다닌 곳이 없을 정도로 학업에만 전념했다.

강씨는 지난해 사건 당시를 회고하며 지금도 안타깝다고 밝혔다. 좀 더 빨리 수사를 했으면 시신 일부라도 찾았을 것이라고 했다.

“형님은 귀가가 늦어지면 전화를 꼭 했고, 외박은 한 적이 없었죠. 이틀 동안 연락이 안 되고 집에도 오지 않자 분명히 무슨 일이 났을 거라고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성인 남성의 단순 가출’로 접수된 게 안타깝고 많이 서운했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실종자의 성별·나이가 아닌 실종상황에 중점을 두고 실종사건을 고·중·저 위험으로 분류해 수사하는 개선 대책을 내놓았다.

강씨는 “형님은 아들의 냄새가 난다며 어릴 적 사용했던 옷과 양말을 지금까지 보관해 놓고 있었죠. 친척들은 다시 장가를 가서 새 삶을 살라고 했지만 형님은 앞으로 아들과 함께 부모님만을 모시고 살겠다고 했는데, 끔찍한 강력사건을 당할 줄은 생각조차 못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씨는 이어 “무기징역은 물론 사형을 내려도 고유정은 참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것을 거짓으로 일관하면서 소중한 생명을 빼앗은 살인사건의 책임마저 전가하는 것을 보면서 고유정은 앞으로도 반성과 참회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아들의 1주기를 맞아 봉안묘를 찾아갈 부모는 “단 하루도 내 아들을 생각하지 안 해 본 적이 없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아들에 대한 그리움만 더욱 쌓여간다”며 눈물을 떨꿨다.

고유정 전 남편 강모씨가 아들(5)과의 재회를 기대하며 방에 간직해 왔던 동화책과 내의를 남동생이 보여주고 있다.
고유정 전 남편 강모씨가 아들(5)과의 재회를 기대하며 방에 간직해 왔던 동화책과 내의를 남동생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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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애경 2020-05-25 05:21:25
남의 얘기라도 가슴이 턱 막히고 그부모님의 마음이 먼저 사려 되는데 인간의 탈을 쓴 악마는 끝까지 자기가 악마임을 보일뿐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지않네요
악마를 낳은 부모가 죄입니다
그부모부터 딸의 잘못을 고인가족들에게 엎드려 죽도록 사죄하세요 악마를 낳은것도 악마를 키운것도 잘못입니다

김도근 2020-05-24 20:43:39
정말 눈물납니다ㅡ남은 가족분들 건강잘챙기시길바라며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빕니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