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영웅’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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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누가 돌이키면서 한 얘기다.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도대체 이상하다. 손님 온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흥얼흥얼 눈을 반쯤 감은 채로 노래에 빠져 있었다. 무아지경이다. ‘무슨 일인가?’ 손님이 졸지에 관객이 됐다. “아저씨, 지금 뭐하는 거지요?” 한데 나와야 할 말이 나오질 않았다. 흥얼거리듯 스미는 노래가 보통 노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속삭이듯 노래가 흘러들었다.‘ ‘잠깐 내 얘기 좀 할게./ 잠깐 내 얼굴 좀 봐 줄래?’(임세준, ‘오늘은 가지 마’ 중). 그날, 그 노래에 사로잡힌 손님은 편의점 구석에 살짝 숨어 숨죽이며 끝까지 청년의 노래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그러곤 야단 대신 박수를 보냈다. 박수 받은 청년은 그리 오래지 않아 ‘영웅’이 됐다.

얘기 속 주인공은 눈 감고 졸고 있는 게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편의점 알바를 할망정 그에게 미래가 없으란 법이 없다. 미래가 너무 휘황찬란해 보이지 않았을지 모른다. 5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는 그는 형편이 무척 어려웠다고 한다. 방세를 내기 위해 군고구마 장사를 한 적도 있다는 그.

군대 생활을 제대로 한 게 더한층 미덥다. 최전방 GOP를 지키는 철책 사단 천하무적 백골부대 출신이다. 허약한 듯 그러나 그에게 그런 강한 면모가 있었다니. 궁핍이 오히려 그를 쇳덩이처럼 단단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가수 임영웅 얘기다. 수백 명의 치열한 경합 속에 1위, 그가 우뚝 미스터트롯 ‘진’으로 서면서 트롯 대세의 중심에서 존재감을 빛낸다. 요즘, 그를 이름값 제대로 하는 가수라 한다. 팬카페 이름도 영웅시대다. 가는 곳마다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출연하는 프로마다 대박으로 그가 머무는 곳에 사람이 들끓는다.

미스터트롯 탄생으로 나라가 온통 트롯 열풍에 휩싸였다. 나이도 성별, 계층, 도농이 따로 없다. 시간·공간·경계를 넘어 퍼지면서 넘치는 게 트롯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다 가수라 할 만큼 트롯 열기가 한껏 달아오르더니, 급기야 열풍으로 몰아닥쳤다. 방송사의 기획이 트롯의 상승기류에 불을 붙인 것이다.

트롯은 ‘trot’으로 ‘빠르게 걷다, 바쁜 걸음으로 뛰다’란 뜻이다.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하는 한국 대중가요의 한 장르다. 강약의 박자를 넣고 독특한 꺾기 창법을 구사하는 독자적 가요 형식으로 완성된 것이다. 대중가요라거나 유행가라고도 하지만, 대중가요라고 다 유행가가 되는 건 아니다. 대중의 인기를 얻어 시대를 풍미해야 비로소 유행가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라거나, ‘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했던 유행가들이 수없이 많다. 그 속에 많은 가수들이 그 시대의 한 표상으로 있었던 걸 우리는 기억한다.

서른 살 임영웅도 무명이었다. 그러나 그는 편의점에서도 노래를 흥얼거리며 준비했고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시상식에서 어머니를 부르며 울먹이던 모습이 떠오른다. ‘가진 게 없던 내게/ 무작정 내 손을 잡아 날 이끈 사람’(임영웅, ‘이제 나만 믿어요’ 중)라 노래한다. 상금 1억을 어머니에게 드린다고 했다.

그는 듣는 이에게 행복을 주는 감성 장인이다.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이세돌은 졌지만 감동에서 이겼다. 서민의 아들, 흙수저는 노래 이전 삶 자체가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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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숙 2020-08-23 12:25:59
영웅님 바른청년같아요.노래들고있음 참으로행복하고.감동입니다

전미선 2020-07-29 16:14:38
정말 이쁘고 바른청년입니다 그의노래를 듣고있으면 행복하면서 감동적이고 눈물도난다

전주현 2020-06-07 16:19:55
임영웅 이름만 들어도 가슴 뭉클하다
목이메인다~~~표현력이 부족한 나는
그냥이라고 말하고싶다
베시시 웃음도 나고 ~~ 때론 눈물도 난다
영웅이 가까히 있어 좋은 이유다

이은미 2020-06-06 20:20:28
임영웅 팬인것이 정말로 너무나 자람스럽습니다.
임영웅 고맙고 사랑합니다.

주야 2020-06-06 13:45:16
잉영웅 팬이라서 넘 자랑스럽구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