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를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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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동화작가

제주도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경치가 좋거나 집을 짓기에 알맞은 땅은 모조리 개발바람을 탔다. 골프장, 공연장, 식당, 호텔, 펜션, 별장 등 여러 나라 양식의 건물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거미줄처럼 도로가 만들어지고, 해안이건 중산간이건, 농촌마을까지 개발바람이 불어 얼굴이 달라졌다. 짧은 여행뿐만 아니라 한 달 살기, 두 달 살기가 일 년 살기가 되고, 정착하여 살기로 변하며 인구유입도 늘어나 건축경기가 살아났다.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더 나은 시설이 들어서는 걸 말릴 수는 없다. 자연 그대로 두는 것도 좋지만 제주도민과 관광객을 위해 개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한라산 자연림이나 곶자왈처럼 보존할 가치가 있는 곳은 보호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분별한 개발을 장려할 생각은 없다.

별도봉 해안 절벽길을 걸을 때마다 아쉬운 생각이 든다. 항구의 확장공사와 방파제로 해서 별도봉 해안길은 빛을 잃어버렸다. 제주해협의 광활하고 푸른 바다를 보며 걷는 해안길은 제주시민들의 자랑이었다. 방파제와 부두는 별도봉의 풍경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고, 방파제에 갇힌 바다는 생명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주제넘게 부두를 넓히고 방파제를 만들 때 환경보호에 열정을 바치던 분들은 뭘 하고 있지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제주도민의 안락한 삶을 위해 해상교통의 요지인 제주항을 개발해야 하니 비난만 할 수도 없어 진퇴양난이다.

섭지코지에 갔다가 안도 다다오가 지었다는 글라스하우스가 성산일출봉의 한 귀퉁이를 막아선 모습을 보면서 크게 실망한 적이 있다. 제주에는 그런 건물이 한 둘이 아니다. 아름다운 해안이나 중산간지대를 점령해버린 건축물들을 보면 한심하다. 그렇다고 개발도 안 하고 그대로 두는 것만이 현명한 건 아니다. 알프스산맥 기슭에 들어선 아름다운 집들과, 농장, 케이블카, 기차 등을 생각하면 자연을 아름답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개발하는 게 도리일 듯하다.

대천교차로와 금백조로를 잇는 도로에는 확장공사의 잔유물들이 널려 있다. 현수막과 잘린 나무들, 포크레인 등에 점령된 지 한참 되었다. 도로를 만들려는 제주도청과 도로를 보전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반대로 공사는 지지부진하다. 제2공항 문제와 아름다운 삼나무 숲길과 동식물을 보호해야 한다고 열정적으로 공사를 막는 분들을 보면서 제주도의 환경을 사랑하기에 만사 제쳐두고 도청 앞으로, 비자림로로 달려간다는 생각으로 존경스럽다.

대천교차로와 금백조로를 잇는 2.9㎞의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2018년 6월 시작해 2021년 6월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삼나무숲 훼손과 법정보호종 동·식물의 발견 등으로 공사가 중단됐다가 금년 5월부터 공사를 재개하였지만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이 공사를 중단해달라는 요청에 따라 다시 하루 만에 중단됐다.

도당국은 원할한 교통을 위해 확장해야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동식물의 보호를 위해 공사를 반대하는 환경보호단체나 모두 타당한 주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미 흉물처럼 변해버린 비자림로를 그대로 둘 것인가? 자연친화적으로 공사를 하여 모두가 만족스런 결과를 가져오게 하면 어떨까?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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