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와 미끼매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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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익 칼럼니스트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취미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보편적인 것은 등산과 낚시일 것이다.

제주도에 살면서 어딜 가나 낚시를 할 수 있는 바닷가가 있으니 어렸을 때에는 여름방학이면 낚시 광이었다. 나이가 들어서는 한라산이 있으니 산에 오르는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산보다 낚시가 더 접근하기 쉬운 편이니, 기회만 있으면 남이 낚시하는 것을 감상하기 좋아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서 아니면 아버지와 바다에 가는 걸 즐겼다. 바다에는 아무 때나 가는 것이 아니었기에 아버지가 일러준 물때를 시험 날보다도 잊지 않고 기다렸다. 집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으면 닿는 그 바닷가 ‘주거물’은 표지인 그 왕돌(큰 바위)이 눈에 선하다. 물이 들고 나는 모양을 왕돌이 물에 잠긴 정도를 보고 알았다. 물때를 아는 방법이었다.

그 바닷가의 돌 손바닥만 한 작은 돌 틈에 1m쯤 되는 작은 낚싯대를 집어넣고 손바닥만 한 크기의 놀래기 종류를 낚았다. 이름도 표준어로는 알지 못하는 보들락, 어랭이, 코생이, 멕즐다리, 페깜쟁이, 놀래기 그런 종류의 것들이었다. 그 고기의 이름들이 한참 후에야 전부 합쳐서 놀래기인 줄 알았다

고기가 물려서 첨대가 좌우로 흔들릴 때의 뿌듯한 기쁨을 다른 데서는 찾아보지 못한 것 같다. 어쩌다 한 마리가 걸리면 첨대를 머리 위로 휘두르면서 낚인 고기가 정신없도록 외쳤다. 아마 올림픽을 제패한 선수도 그렇게 외쳐대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 고기가 취했을 것이다.

좀 성장해서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친구인 ‘키 큰 강서방’이라는 동네 사람과 ‘속골코지’에를 주로 갔다. 긴 첨대와 10m 이상 드리운 낚싯줄로 고기의 미세한 입질을 기다리는 것은 시간이 아쉬웠다. 물외 냉국에다 보리밥을 말아 먹었어도 그렇게 맛있는 점심일 수가 없었다. 식욕이 없어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을 때는 지금도 생각나는 밥맛이다.

직장에서 한 번은 고산의 자구내 포구를 떠나서 배낚시를 간 일이 있었다.

낚싯줄을 던지면서 서너 사람이 낚시를 하니까 점심의 매운탕거리는 되겠지 기대를 했다. 꽤 시간이 30여 분 흐르는데도 소식이 없었다. 아마 그 곳은 깊은 바다가 아니어서 큰 고기용으로 마련한 미끼뿐이었으니 작은 고기에게는 맞지를 않았나 보다. 미끼는 큰 고기인 고등어 아니면 삼치였던 것으로 것으로 기억된다. 역시 그곳도 파도가 심해서 낚시하기에 맞지도 않고 위험 부담도 있었다. 한 시간여 낚시를 했지만 아무도 한 마리도 낚지 못했다. 매운탕거리도 없는데 점심시간은 다 돼 있었다. 궁하면 통한다던가.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낚시는 포기하고 미끼로 가져온 고등어와 삼치로 매운탕을 끓여 먹기로 했다. 고등어와 삼치가 언제 맛없는 고기였던가. 단지 미끼용으로 사왔던 것을 매운탕으로 바꿔서 먹었던 것. 기관장도 미끼매운탕을 처음 먹어보면서 같이 웃었다.

살다 보면 일이 꼬일 때도 많고 안 될 것 같은 때도 많은데, 그 때마다 가끔은 미끼매운탕이 떠오른다. 가끔은 오늘처럼 낚시처럼 그리운 것도 세상사는 일이다. 미끼매운탕처럼 세상살이를 살아갈 일이 아닌가. 살아가는 일은 미끼매운탕도 맛보는 일.

미끼매운탕만큼 살아가는 일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은 한 세상 살기가 쉽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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