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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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시인/수필가)

이른 아침! 벗들과 차에서 내린다. 차창 밖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이 불꽃처럼 휘면서 창가에 부셔진다. 발밑은 백사장이다. 고운 여인의 치마폭 같은 파도는 주름을 접었다 펴면서 하얀 포말을 쉬임없이 쏟아낸다. 긴 치마폭이 끝나는 즈음 나지막한 오름이 아침 햇살을 등에 업고 영롱히 우뚝 서 있다.

능선을 오르며 친구의 서울 손자 얘기에 나도 심취한다. 서울 사는 손자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단다. 한 달 전에 서울 가서 책가방을 사줬다. 첫 번째 맞는 사회, 새 학문의 문을 들어서는 손자의 입학 축하 선물이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생겨난 코로나 감염증의 영향으로 그렇게 기대하고 고대하던 입학은 계속 연기되었다. 그런데 아이는 아침 9시만 되면 매일 그 책가방을 지고, “엄마,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하고 아파트를 나선단다. 아이는 얼마 전부터 아파트 공원 놀이터에서, 같은 학교에 다니는 반 친구 몇 명이 함께 모이고 있었다. 아파트 공터 학교에서 서로 나름 정보도 교환하고 함께 놀다가 점심 때가 되면,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인사하며 귀가한다. 아이는 1학년 1반이다. 한 번도 직접 만나본적이 없으나, 온라인으로 담임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도 잘 알고 있다.

아이는 그 누구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참으로 이상스런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생애 첫 학교 다니기에 기대가 얼마나 컷으면 아파트 공터학교에서 자기들끼리 모여 학교를 만들고, 일과를 계획하고, 열심히 놀다가 오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527일 유치원과 초등학교 1, 2학년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생들이 등교를 시작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입학식조차 온라인으로 대체했던 초등학교 1학년에게 이 날은 생애 첫 등교였다. 학교마다 기다렸습니다. 여러분 환영합니다!’와 같은 현수막이 새내기들을 반겼다.

학교마다 준비물을 한 아름 들고 마스크를 쓴 아이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교문을 들어섰다. 교문을 들어설 때 그들이 만난 건 마스크 쓴 선생님들이었고, 최초의 선물은 손세정제 분무였다. 목이 말라도 개인적으로 준비한 물병을 이용해야 하고, 학교 생활 내내 마스크를 써야했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이 입학을 축하하는 의미로 왕관을 나눠줬다. 그리고 그들의 처음으로 배운 수업은 왕관과 마스크를 쓰고 손 씻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아이를 학교에 데리고 온 학부모들은 한결같이 첫 등교가 설레이면서도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감염이 우려돼 어젯밤까지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할지 고심했다고 한다. 그래선지 어떤 학교는 주2회만 등교시키기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Corona)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 왕관을 뜻하던 말이었다. 기상학에서의 코로나는 광학 현상에 의해 생성된 흐릿하고 아름다운 왕관 모양의 햇빛이나 달빛을 말한다. 왕관모양의 바이러스인 코로나 19가 지구촌을 뒤 흔들며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의 창궐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인간의 무모한 행위와 과오에 경종을 울리고 있음은 틀림없어 보인다. 흐릿한 왕관을 뒤하고, 밝고 맑고 투명한 세상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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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식 2020-06-24 07:08:42
저의 성 손자가 처음 초등학교에 가게 되는데 저의 마음에 와 닿는 실감나늣 글이 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