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 살아 있어야 진정한 문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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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혁, 시인·문화평론가/논설위원

수십만 명씩 한꺼번에 떼죽음을 당하던 춘추전국시대가 있었다. 그 와중에 수많은 천재들은 혼돈의 세상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공자는 중화민족의 청사진을 사서오경에서 찾으면서 문명을 버리지 말라고 했고, “진실한 기초를 가진 사회와 문명에서 인간은 진정한 생활과 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했다.(고홍명, 『중국인의 정신』) 그러면서 그는 “시(詩)로써 정감 교육을 하고, 예(禮)로써 시비의 판단을 교육시키며, 음악으로써 인성을 완성시킨다.”라고 했다. 문화예술이 진실한 문명을 유지하는 최후 방어선임을 밝힌 것이다. 코로나19는 문명의 최후 방어선인 문화예술을 위협한다. 각종 행사와 공연과 전시가 취소되거나 축소된다. 그런 분위기를 타고 제주도가 제주형 2차 재난긴급생활지원금의 재원을 마련하려고 민간행사와 축제 지원 예산을 삭감한다더니, 문화예술인들의 반발이 심해졌던지 다시금 특별명령을 통해 문화예술인 긴급 지원을 검토하란다.

그런데 문제는 문화예술인들이 공간적 한계가 없는 디지털 세계에서 글로벌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한 것이다. 덧붙여 “제주가 ‘코로나 청정’뿐만 아니라 치유와 회복의 희망메시지를 발산하는 문화뉴노멀의 문화예술 창작소로 선도해 나갈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단다.

그럴듯한 논리인데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원 지사의 행정명령이 마뜩잖다. 어떻게 문화예술 공연이 관객 없이 디지털로만 행해질 수 있으며, 디지털화한다고 몇 명이나 클릭할 것이냐다. 예컨대 연극 공연을 관객 없는 상태에서 카메라로만 찍어 보여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연출자 현대철은 “연극의 3대 요소 중 왜 관객이 들어 있겠습니까? 배우와 관객이 만났을 때 시공간을 공유하면서 공감하게 되고 강렬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겁니다. 디지털로 관객 없이 연극을 공연하라는 건 장르의 특성을 모르는 겁니다.”라고 말한다. 모든 행사와 공연이 그렇다.

한편 제주도의 행사대행 업체들은 1월부터 지금까지 일을 전혀 찾지 못한 경우도 많고, 상반기 매출이 전년에 비해 10%밖에 안 된다고 한다. 대출 받고 야간 대리운전도 하며 근근이 버텨보지만 기약 없는 민간행사와 축제 지원 예산 삭감, 디지털 중심 지원 등은 결국 업체들의 파산을 가져올 것이며, 제주 문화예술의 기반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 문화예술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살아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문화예술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내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앙드레 말로의 표현처럼 예술은 ‘반운명(反運命)’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운명에 반항해 자기의 족적을 지상에 남기는 것이 예술이며, 그 예술로써 인간이 존엄성을 되찾고 인간의 영원성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코로나와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그것을 극복해내는 문화예술이 지속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시공간적 제약에 따른 공포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는 문화예술 공연이나 전시, 행사 등을 일정한 거리 두기를 통해 지속시키는데, 제주도만 원천 봉쇄하며 디지털 대책을 내거는 것은 지나친 공포감 탓이다. 도에서 지원하는 사업에서 코로나 상황이 연출될까 봐 염려하여 그런 것이라면 철저한 거리 두기에 좀 더 신경을 쓰면 될 일이다. 아예 공연이나 행사를 막아 버리는 것은 제주의 예술문화 기반을 무너뜨릴 수도 있음을 생각하고, 지혜롭게 잘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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