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서 뺨 때리고 한강에 가도록 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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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최근 전문가의 칼럼(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을 통해 ‘자기효능감’이란 심리학 용어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었다. 이 용어는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기대와 신념’을 의미한다. 흥미를 끈 대목은 자기효능감이 강할수록 ‘종로서 뺨 맞고 한강에 가서 눈을 흘기는 경향’이 높다고 했다. 즉 그 자리에선 상대의 위세에 눌려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가 엉뚱한 이에게 화풀이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험을 사례로 들었다. 시부모 뜻으로 이사 계획이 엉클어진 아내의 화를 빠짐없이 들었더니 아내는 곧 자신감을 회복하고 가정일에 전념하더라는 것이다. 남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내가 시부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때 절대 부모의 편을 들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개는 그러하지 않고 꼭 한마디를 하려 한다.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 혹은 “입 다물고 있으라” 등등. 이런 조언은 직장에서조차 자기효능감 높은 ‘을’에게 효과가 없다고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보안검색 요원 정규직 전환 방침을 놓고 갈수록 시끌시끌하다. 취준생(취업준비생)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공기업 1위인데다 연봉도 높고 수도권 근무도 보장된다. 하지만 경쟁률이 워낙 높기에 누구나 다닐 수 없다. 이 점은 취준생들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아무리 공기업이 신의 직장이라고 해서 모두가 그곳을 목표로 하지도 않는다.

문제는 이를 둘러싼 취준생들에 대한 정치권의 어설픈 달래기다. “정규직 신규 공채 인원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해가 많아 답답하다”, “취준생과 무관하다”, “보통의 취준생들이 준비하는 일반직 채용과 관련 없다”,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하다” 등등. 이 말은 “당신들과는 상관없는 정규직 전환이니 관심을 꺼라”라는 말로 들린다. 고용 절벽 앞에서 신음하고 있는 청년들을 이해하기보다는 울 수밖에 없는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격이다.

▲종로에서 설령 뺨을 맞았다고 해서 모두가 한강으로 달려가지는 않는다. 분노가 일고 불만이 폭발해도 일부는 중도에 눈을 흘기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해소하려 든다. 정치권이 지금처럼 하다간 그들의 자기효능감마저 바닥으로 떨어질까 걱정이다. 해답은 일자리다. 그게 안 보이자 정치권으로 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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