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때 묻지 않은 자연…이곳이 진짜 무릉도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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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중국 쓰촨성 샹그릴라, 야딩
윈난성보다 한박자 늦게 개명
외지인 발길 적고 오염 덜 돼
야딩 풍경구의 광활한 자연
내셔널지오그래픽에도 실려
선내일 신산 앞 낙융목장 전경 모습. 충고사에서 두 시간 반 동안 대초원을 가로질러 낙융목장에 이르면 멀리 양매용 신산의 절경에 압도된다. 삼각형으로 뾰족하게 솟은 거대한 설산 봉우리가 하얀 구름에 감겨 신비감을 더해준다.
선내일 신산 앞 낙융목장 전경 모습. 충고사에서 두 시간 반 동안 대초원을 가로질러 낙융목장에 이르면 멀리 양매용 신산의 절경에 압도된다. 삼각형으로 뾰족하게 솟은 거대한 설산 봉우리가 하얀 구름에 감겨 신비감을 더해준다.

중국에는 샹그릴라라는 지명이 두 군데 있다. 원래 지명이 중뎬(中甸)이었던 윈난성 샹그릴라는 개명한 지 20년 가까워오는 지금 유명 관광지로 변모해 있다. 인근인 쓰촨성에도 또 다른 샹그릴라가 있다윈난보다 한 템포 늦게 개명했고 외부에 덜 알려져 있다.

관문인 따오청(稻城)까지는 버스로 열두 시간 이상 걸리는 험난한 길이다. 북쪽으로 강과 계곡을 따라가는 비포장도로다. 해발 4000m 고지대까지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며 가야 한다.

근래에는 따오청에 공항이 생겨서 편하게 항공편을 이용할 수도 있다. 따오청에 도착한 후 차량으로 세 시간을 이동해야 샹그릴라진(香格里拉镇)에 도착한다.

윈난성의 샹그릴라는 현급시(县級市)이고 쓰촨성의 샹그릴라는 현보다 하위 단계인 진()급이다. 윈난성이 2001년 중뎬현을 샹그릴라현으로 개명하자 쓰촨성도 그다음 해에 원래 르와향(日瓦鄕)이던 이곳을 샹그릴라향(香格里拉鄕)으로 바꿨다.

물론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의 여러 요소들을 쓰촨성 정부 나름대로 분석해 내놓은 결과였다. 그리곤 몇 년 후에는 향()보다 더 위 단계인 현재의 진()으로 격상 시켜 오늘에 이르렀다.

비슷한 시기에 개명됐지만 두 곳 샹그릴라의 차이는 크다. 대도시인 윈난성 샹그릴라시에 비하면 이곳 쓰촨성 샹그릴라진은 시골 읍내 수준 규모에 불과하다. 그러나 외지인들의 발길은 훨씬 적었고 그만큼 오염도 덜 됐다.

샹그릴라 진()의 영내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인 야딩(亚丁) 풍경구(风景区)를 방문하면 샹그릴라 진의 멋진 경관을 볼 수 있다

1928년 미국인 탐험가가 이곳 야딩 지역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이 3년 후 내셔널지오그래픽 표지와 내지에 실렸다. 야딩이라는 동방의 오지는 한순간에 지상낙원의 이미지로 서구인들의 눈길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곧이어 1933년에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이 발표됐다. 자연스럽게 이곳 야딩이 곧 소설 속 히말라야 동쪽에 있다는 그 샹그릴라일 거라는 믿음이 서구사회에 퍼져갔다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이곳은 서방세계와는 완전히 단절됐다. 그 후 50년 이 지나 중국 정부의 개방 정책에 따라 바깥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야딩을 가기 위해선 샹그릴라진의 중심가 터미널에서 야딩행 버스를 타야 한다. 아찔한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며 수십 번의 굽잇길을 돌아 한 시간을 가다 보면 트레킹 출발지인 롱통빠에 도착한다. 해발 3780m 지점이다. 이곳에서 충고사(冲古寺)까지는 계곡을 따라 걷는 4거리다. 아직 전망은 트이지 않지만 계곡물소리가 청정하게 들려서 좋은 구간이다.

야딩을 상징하는 세 개의 설산이 조금씩 그 윤곽을 드러낸다. 선내일(仙乃日, 6032m), 하락다길(夏诺多吉, 5958m), 앙매용(央迈勇, 5958m)이 각자의 자태를 뽐내며 우람하게 솟아 주변 삼면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티베트인들은 이들을 삼신산(三神山)으로 여기며 신격화해 부른다. 북쪽의 선내일 신산은 중생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관세음보살, 동쪽의 하락다길 신산은 악을 뿌리치는 힘을 가진 금강수보살, 그리고 남쪽의 앙매용 신산은 지혜의 화신인 문수보살로 받들어지고 있다.

충고사는 금빛 찬란한 지붕을 얹은 채 선내일(仙乃日) 신산의 기슭 아래 3880m에 있다. 삼신산을 모시는 특별한 임무를 맡고 있는 티베트 사원이다. 충고사에서 해발 4130m의 낙융목장(洛絨牛場)까지 7는 트레킹 2단계이다. 멀리 삼신산까지 확 트인 대초원을 걷는 여정이다.

천천히 두 시간 반 동안 대초원을 가로질러 낙융목장에 이르면 멀리 앙매용 신산의 절경에 압도된다. 삼각형으로 뾰족하게 솟은 거대 설산 봉우리가 하얀 구름에 감겨 신비감을 더해준다. 낙융목장의 유래를 설명하는 안내판에는 ‘1928년 로크 선생이 이곳에서 머문 적이 있다는 내용도 있다. 로크 선생은 이곳 사진들을 내셔널지오그래픽지에 올려 야딩 풍경구를 서방세계에 처음 알린 미국 탐험가를 말한다.

마지막 3단계는 해발 4600m에 있는 호수까지 500m를 올라가는 가파른 산악길이다. 5거리로 사람에 따라서 두세 시간가량 소요된다. 낙융목장에서부터 한동안은 길이 넓고 편안하다. 원래는 거친 자갈길이었겠지만 많은 이들이 오가며 평평하게 다져 놓은 흔적이 엿보인다. 한 시간쯤 지나면서 폭 좁은 돌계단길이 시작된다. 경사가 가팔라진다.

야딩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보이는 타루초. 타루초에 적혀 있는 불교 경전들이 바람에 읽혀, 무지한 중생들 마음에 심어지고 있다.
야딩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보이는 타루초. 타루초에 적혀 있는 불교 경전들이 바람에 읽혀, 무지한 중생들 마음에 심어지고 있다.

거대한 암벽 밑에 수백 장의 깃발들이 만국기처럼 휘날리는 곳을 만나면 정상이 가까워진 것이다. 네팔이건 중국이건 티베트 문화권 지역이라면 흔하게 만나는 타루초(Tharchog, 經文旗). 타루초 한 장 한 장에 적혀 있는 불교 경전들이 바람에 읽혀, 무지한 중생들 마음에 심어지고 있다. 가파른 초원에서 두 번째 타루초를 만나면 마지막 오르막이다.

해발 4500m 우유해(牛奶海)가 눈앞에 나타나고 잠시 후 호숫가에 이른다. 앙매용 설산의 빙하가 녹으며 빚어낸 호수의 빛깔은 비취색을 띤다. 마지막 남은 500m를 마저 올라가면 두 번째 호수인 오색해(五色海)와 만난다. 해발 4600m 정상이다. 선내일 신산의 중턱에 있는 호수다. 빛의 굴절에 의해 호수의 색깔이 다섯 가지로 변해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루 당일치기 고산 트레킹으론 동티베트 샹그릴라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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