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변호사
이승용 변호사
  • 제주일보
  • 승인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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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사회부장

‘조직폭력배가 검사 출신 변호사를 살해했다.’ 최근 방영된 시사프로그램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미궁에 빠졌던 고(故) 이승용 변호사(1955~1999) 피살사건의 퍼즐조각이 맞춰지는 듯 했다.

폭력조직인 ‘유탁파’ 두목의 사주를 받아 부산 출신으로 ‘갈매기’라 불리는 동갑내기 조직원에게 이 변호사를 살해하도록 지시했다는 당시 행동대장급 조폭 김모씨의 진술은 사실일까?

차량으로 미행하던 중 1999년 11월 5일 새벽 3시쯤 카페에서 나오는 이 변호사를 기다린 점, 골목 가로등의 꺼진 정황, 일반적인 칼이 아니라 송곳처럼 끝은 뾰쪽하지만 단단한 재질로 만든 흉기를 직접 그려서 보여준 김씨는 21년 전 누구도 알 수 없었던 당시 범행현장을 세세히 묘사했다.

살인을 청탁받은 ‘갈매기’는 킬러였다. 뾰족한 흉기는 이 변호사의 가슴뼈(흉골)를 뚫고 심장을 찔렀다. 생명의 급소를 노린 것이다. 승용차 안과 차를 세워둔 부근까지 피가 흥건한데도 범인은 발자국, 지문 하나 남기지 않았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제보자 김씨의 진술에 대해 “들은 것 같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갈매기가 한 일을 본 듯이 말하고 있다. 갈매기가 했다는 상황에서 갈매기를 빼고 제보자를 넣으면 자연스러워진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김씨의 진술이 자백보다는 마치 다른 의도가 숨은 고백처럼 들린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김씨는 유탁파 두목 백모씨가 자신을 한 음식점으로 불러 지시를 내렸다고 했지만, 당시 백씨는 5년째 수감 중이었고, 사건 이후에 출소했다. 전문가들은 공소시효가 지나서 김씨가 처벌받지 않는 것을 알고 제보는 했지만,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 의심했다.

김씨의 제보는 실제 살인을 지시한 사람을 압박해 어떤 이득, 예를 들면 금전을 지원받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놀라운 내용이 공개됐다. 유탁파 조직이 제주도지사 선거 개입설을 제기한 것.

1998년 지방선거가 치러졌고, 당시 A후보의 선거캠프에 있던 청년이 A후보의 부정선거에 대해 양심선언을 하겠다며 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왔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검찰로 가기만 하면 되는데 다음 날 그 청년은 나오지 않았고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 변호사는 부정선거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청년을 찾아 나섰다고 했다. 이 변호사가 양심선언을 한 청년을 추적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검사를 했던 이 변호사에게 원한을 가진 자가 이런 짓을 했는지 수사도 했지만 오히려 따뜻한 미담만 나왔다. 검사 시절, 셋방살이를 하던 한 여인이 아픈 자녀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절도를 하다 잡혀오자 조사하는 내내 같이 울었다고 했다. 이 변호사와 일했던 사무장은 억울한 사람을 위해 무료 상담을 해준 일화를 소개하며 목이메인 채 울먹였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고, 약자의 편에 섰던 검사 출신 변호사. 1999년 당시 아홉 살이던 고인의 아들은 어느덧 서른이 됐다. 의사였던 이 변호사의 부인은 부검을 한 남편의 시신을 직접 꿰매며 수습했다. 과거 경찰 출입 시절, 근거 없는 의혹과 소문 탓에 이 변호사의 부인은 해외로 이민갔다는 얘기를 형사에게 들은 바 있다.

김씨의 진술로 이 사건의 퍼즐조각은 맞춰지는 듯 했지만 완성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 사건은 단순 살인사건이 아니라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그래서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했다. 고인의 원혼을 달래고 유족의 한을 풀어주려면 이 사건은 미스터리 추리소설이 돼서는 안 된다. 경악을 금치 못했던 도민사회에는 한치의 의구심도 남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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