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평생교육-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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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논설위원

코로나 19가 지속되면서 무력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었다. 교육기관에 종사하는 우리가 이렇다면, 이 상황을 견뎌내기 힘든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래서 생각해낸 게 지난겨울에 방문했던 작은예수의 집이다. 이곳에는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정원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감염증과 장마철을 무사히 지나려면 필시 기분전환이 필요하리라. 위기에는 서로 안다는 것, 바로 관계의 힘이 지렛대가 되나 보다. 십시일반 모은 성금의 온도가 가슴 뜨겁도록 높다.

반갑게 들어선 작은 집은 방바닥이 따뜻하다. ‘습기가 많아서 보일러를 틀었다’는 봉사자의 얼굴이 다사롭다. 안부를 묻고 성금을 나누는 사이로 행복의 강이 흐른다. 가족 같은 느낌 때문이었을까? 수줍음 많은 애연이가 벌떡 일어서더니 노래를 하겠단다. ‘바위섬 너는 내가 미워도,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라는 가사가 나의 청춘을 소환한다. 옆자리임을 핑계 삼아 ‘나도 이곳 바위섬에 살고 싶어라’를 힘차게 불렀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라는 은별이의 ‘사랑으로’에서, 우리들의 가슴마다 햇살이 떠올랐다. 그 따스한 마음으로 우리는 다함께 점심을 나누고, 영화를 보면서 ‘살아 남아야 한다’를 외쳤다. 코로나 19보다 더 한 감염증이 덮쳐오더라도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 주리라’ 다짐하면서.

사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깨닫는 것은, 평생교육이란 ‘위기를 극복하는 삶의 방식을 미리 배움으로써 복지를 넘어서는 자립의 기틀을 마련하는 길’이란 사실이다. 물고기를 잡아다 주기보다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거다. 이 점에서 지난 4월, 고은실 의원이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발의함은 시의성 있는 결정이다. 조례의 목적을 장애인의 평생학습권 보장뿐만 아니라 자립과 사회참여 촉진 등으로 확대함 또한 실효성 높은 조치다. 실은 이 사회가 장애인을 위해 평생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한 교육이 제공된다면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타고난 자신의 몫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도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장애인 약 250만 명 중 54% 가량이 중학교 졸업 이하다. 이는 학령기에 교육기회를 갖지 못한 장애성인에 대한 평생교육 지원의 필요성을 암시하는 수치다. 하지만 장애인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0.2%에 불과해, 국민 일반의 평생교육 참여율 36.8%와 격차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부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중 장애인 관련 예산이 170억 원 정도 삭감됨은 심각한 문제다. 더욱이 그 이유가 ‘코로나 사태로 방과 후 발달 장애인 돌봄 서비스 등이 정상 운영되지 않아서’라는 복지부의 답변이란 게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지난 3월, 제주에서는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특수학교 학생과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지 않았는가. 개학이 연기되어 집에 머무는 동안에 발생한 비극이다. 유서에는 아이의 앞날에 대한 어머니의 걱정이 남겨져 있다. 정작 장애는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만 18세 이상의 성인 장애인에 대해 국가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다. 적어도 우리는 자립의 토대인 ‘장애인 평생교육’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특별히 제주에서는 낮은 곳으로 물을 흘려보내듯,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다. 제주지역의 등록장애인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다.

바위섬의 가사처럼 장애인들이 살고 싶은 제주특별자치도를 그려본다. 장애인 평생교육은 다시 청춘이고 싶을 만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그래서 그 시절에 바위섬을 그다지도 애창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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