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일국양제’의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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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수, 리쓰메이칸대학 국제관계학부 특임교수/논설위원

세계 여러 곳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가운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홍콩국가안전유지법’(이하 유지법)을 가결했다(6월 30일). 홍콩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대규모시위가 벌어지면서, 경찰과의 충돌로 370명이 구속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①국가분열, ②중앙정부 전복, ③테러행위, ④외국세력과의 결탁 등을 위법행위로 규정해, 사실상 중앙정부에 반대하는 활동이나 언론은 봉쇄된 셈이다. 유지법이 홍콩 법률 위에 있다는 부칙에 의해, 홍콩이 반환된 이래 유지되어 온 ‘고도의 자치’는 풍전등화의 처지에 몰리게 됐다. 국가안전에 관계되는 범죄를 심리하는 재판관도 행정장관이 지명하는 것으로 정해지면서, ‘일국양제’하에서 보장된 사법권의 독립도 해쳐졌다.

1984년에 중국과 舊종주국인 영국 사이에서 맺어진 공동선언은 1997년의 반환 후도 50년간은 홍콩 측이 “행정관리권, 입법권, 독립된 사법권”을 유지하기로 명시되었고, 이 ‘고도의 자치권’이 홍콩의 국제금융 센터로서 계속 발전할 기반이 되기도 했다. 유지법의 강행은 이러한 국제공약에 반할뿐더러, 무엇보다도, 작년의 ‘범죄인 인도법안’ 항의 투쟁에서 과시된 홍콩 시민의 민주주의와 자치를 위한 굳센 의지를 짓밟는 폭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27개국은 유지법을 비난하고, 중국에 법률적용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7월 1일, 미국 폼페오 국무장관은 “용서할 수 없고, 모든 나라에 대한 무례”라고 중국을 비난하고, 홍콩의 우대 조치를 철폐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 일본도 “국제 사회나 홍콩 시민이 강한 유료에도 불구하고, 유지법이 제정된 것은 유감”(6월 30일 스가(菅)관방장관)이라고 천명한 데 이어 자민당 외교부회는 유지법을 비난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을 중지하도록 정부에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7월 3일).

구미나 일본에 비교하면 한국 정부의 반응은 너무 미온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1984년 중·영 공동성명의 내용을 존중하며, 홍콩 기본법에 따라 홍콩이 일국양제하에서 고도의 자치를 향유하고 안전과 발전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외교부 대변인 정례 브리핑)는 지극히 원론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그나마 정부의 공식성명으로 ‘유감’을 표명한 일본에조차 미치지 못한 내용이다.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의 현실을 고려하면 한국 정부의 입장은 이해할 만하다. IMF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한국 경제가 오늘처럼 일본과의 무역 전쟁을 버틸 만큼의 경제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확대한 중국의 거대시장을 빼고서는 생각할 수는 없다. 중국이라는 강대국의 심기를 거슬렀을 때 겪어야 할 대가는 사드(THAAD)배치를 둘러싼 보복 조치로 이미 경험했고, 무엇보다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을 위해서도 중국의 협력이 불가결할 것이다.

하지만 자치와 민주주의라는 홍콩 시민이 지향해온 가치는 한국 사회가 독재나 권위주의 체제와의 피어린 투쟁 끝에 쟁취한 가치이기도 하다. 더구나 촛불시민혁명의 열기와 기대를 모아서 출범한 현 정부인 만큼 민주주의나 인권은 이 정부의 정체성을 담보할 만한 가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촛불혁명을 이룩한 민주시민이 다스리는 국가로서 복잡하게 뒤얽혀서 힘든 대외관계에서도 최소한의 가치와 존엄은 지켜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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