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전시 큰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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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기 시인

까망초가집. 안덕면 화순에 남아 있는 마지막 초가집이다. 어머니가 생전에 살던 초라한 초가집을 외형은 그대로 살리고 내부를 고쳐 알뜰하게 가꾸는 나이든 교수부부의 정성이 참 곱다. 90여년이 지난 까망초가집! 늙은 팽나무가 안내해 주는 좁고 긴 올레와 곱게 가꾼 두어 평 잔디밭에 고희를 훌쩍 넘긴 할머니들이 정성을 다해 그린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다.

지난 622일부터 28일까지 열렸던 제주어르신 창작그림책원화전소박하고 숨김없는 우리 할머니들의 삶이 그냥 녹아 있는 서툰 그림들 앞에서 현대미술관에서 조명을 받으며 화려하게 전시된 명작을 보며 받은 감동보다 더 짙은 떨림을 맛보았다.

무기교의 기교, 꾸밈없는 소박함 속에 우리 지난날의 아픔과 어려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림들은 까망초가집이 주는 분위기와 어쩌면 그렇게도 잘 어울리는지! 우리 문화 예술이 가야할 방향을 잘 설정해주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했다.

소외 계층이란 말을 쓰는 게 적절하지 않을지 모르나 우리가 관심을 덜 갖는 어르신들에게 입을 열어 말하게 하고 손을 움직여 표현하게 하는 작은 문화 운동! ‘제주어르신 그림책 학교는 어르신들이 그린 그림에 그들이 말하는 지난날의 아픔과 그리움을 새겨 그림책을 만들어 온 지 5년이 되었다.

어린 시절 아기를 업고 돌보던 시절을 회상하며 그린 그립에 덧붙인 글에는 난 양지도 못 시쳤저. 애기가 울언. 오늘은 너미 울었저. 귄닥사니 벗어정 못 살켜이 얼마나 살아있는 제주의 말인가!

몇 년 전 한수풀 문학회에서 어르신들을 직접 마을로 찾아가 쉽게 문학에 접하게 하고 나도 시를 쓸 수 있다는 활동을 펼쳐 어르신들의 작품을 엮어 시집을 발간했던 일이 새삼 떠오른다.

우리 문화 예술이 앉아서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운동을 벌인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전시회에서 받은 감동은 이제까지도 지워지지 않는다.

단순히 전시에 대해서만 말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까망초가집 주인이자 그림책학교 교장 부부의 따뜻한 낮춤과 헌신이 함께 전시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시장을 찾은 손님들에게 직접 커피를 갈아 대접하고 떡 몇 조각을 내놓는 그 정성에 돌아오는 발길이 가벼웠다. 안덕면 화순이 이렇게 가까운 곳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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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희 2020-07-07 10:44:37
감동의 마음이 이글속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