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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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 시인/논설위원

야생동물이 환경 변화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알지만 우리는 그저 그런가 한다. 야생동물들은 잡히면 식재료에 불과하던 인습의 흔적이 남아서 지금도 보호가 절실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날아가다가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다친 새, 길을 잃고 탈진한 어린 오소리 등 사고, 조난, 탈진, 중독 등을 당한 야생 동물들을 구조하여 치료와 재활 훈련으로 자연 복귀를 돕는 것이 야생동물 구조센터의 일이다.

동물구조센터에서 이소 도중에 가족과 떨어져서 구조된 어린 동박새를 본적이 있다. 그 동박새는 비슷한 처지의 어린 제비 두 마리와 같은 새장 안에 있었는데, 먹이로 제공된 작은 애벌레들을 물어서 재비들 입에 넣어주는 것이었다. 두 마리 제비를 돌보느라 동박새 자신은 먹을 틈이 없었다. 자신도 같은 처지이면서 어린 제비들을 보호하는 그 동박새가 놀랍고 또 살아남을지 걱정도 되었다.

어떤 승마장에 포니 망아지가 태어났는데 말 한마리가 그 포니 모자에게 유난한 관심을 보이며 보호하기 시작했다. 생부인 포니는 제 자식이나 아내에게 관심이 없는데 이웃에 불과한 말이 부성애에 사로잡힌 것이었다. 그 말은 다른 말들이 있는 우리로 옮기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고 포니 우리에서 계속 양부 역할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뉴스에는 죽은 새끼를 등에 업고 다니는 어미 돌고래 사진이 나왔다. 새끼가 물에 갈앉으면 죽음을 인정해야 해서 어미는 한사코 물 위에 띄우려고 업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자식의 죽음은 동물에게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가혹한 시련인 것이다.

또 시베리아 야생 호랑이 한 마리는 숲 근처 사는 사람의 집 앞에 와서 누워있어서 뉴스가 되었다. 열 살 난 암컷 호랑이로 잇몸병 때문에 윗니가 다 빠져 먹지 못하여 극도로 쇠약해져서 구조를 받으려고 사람을 찾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러 저러한 사례들을 보면서 동물은 영혼이 없다느니 감정은 있어도 본능에 불과하다느니 할 수 있을까. 가방 속에 아이를 가둬놓고 숨이 끊어질 때까지 그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계모처럼 우리는 다른 생명체들을 대해왔던 것이 아닌가.

착취와 침략, 대량 학살을 바탕으로 자라난 문명 속에서 우리는 보다 약한 존재들의 터전을 부수면서 그 위에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극성스러운 인간 활동은 구석구석 남김없이 지구를 파헤치고 자연계를 병들게 하여 생명체들이 단계적으로 멸종하는 중이다.

지금 회색 안개처럼 인류를 덮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19, 지속되는 그 확산으로 우리는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경제활동은 제한받고 있다. 바이러스를 지구온난화 등 다가오는 재앙을 예고하는 전령사의 하나로 보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인간의 활동이 줄면서 미세먼지도 적어지고 물이 맑아졌다고 한다. 답답한 이 바이러스 상황을 우리는 좀 더 나은 결정과 실행을 해 나가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까.

도시가 텅 비고 나서야 이기심과 이타심을 따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가족을 위해 양보하듯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또 눈에 잘 띄지 않는 자연계의 다른 주민들을 위해 나의 욕심을 줄일 때, 그만큼 더 지구 수명이 연장되고 미래의 세대도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소비와 생산의 속도를 줄이면서 만물을 대하는 자세를 가다듬고, 정성이 깃든 노동으로 긍지를 찾는 방식을 알아봐야 할 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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