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돼가는 10개월의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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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의료원 산부인과 과장 이재영

추운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이 찾아올 때 쯤 자연은 꽃샘추위로 우리들의 몸을 움츠리게 하곤 한다. 하지만 올 봄은 예고없이 찾아온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으로 꽃샘추위보다 더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하고 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인생에도 사계절이 있다더니... 그 심술궂기가 사계절보다 더해 우리 앞에 불쑥 나타나 두려움과 공포감을 안겨준다.

산부인과 의사로 살아오며 진료실에서 많은 산모들을 만나게 된다. 엄마가 된다는 설레임과 함께 임신 기간 내내 태아가 잘 못 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으로 하루도 맘 편히 지내지 못 하는 산모에서부터 태어날 아이의 유아용품 구매에 더 신경을 쓰는 산모들 등등.

몇 년 전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인기였다. 아빠 성동일이 공부 잘 하는 모범생 언니(보라) 생일만 챙기는 것에 둘째 딸(덕선)이 서운해 하자, 어느 날 조용히 슈퍼 앞에서 덕선이에게 서프라이즈 생일 케이크를 내밀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아빠, 엄마가 미안하다. 잘 몰라서 그래. 첫째 딸은 어떻게 가르치고, 둘째는 어떻게 키우고, 막둥이는 어떻게 사람 만드는지 몰라서... 이 아빠도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잖어.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다. 그니까 우리 딸이 쬐금만 봐 줘

그렇다.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 처음이라 엄마가 된다는 기쁨은 잠시,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설 수 밖에 없다. 인생을 두 번 살라고 하면 누구나 훌륭한 엄마가 될 수 있을 텐데.. 어쩌면 임신 10개월의 기간은 힘든 입덧의 시간, 기형아 검사 때는 혹시 태아가 이상 있지는 않을까걱정, 출산일이 다가오면 분만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이 모든 것을 이겨내며 엄마가 되가는 성장통의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처음 겪게 될 엄마로서의 삶. 이 또한 준비가 필요하다. 물론 유아용품 준비가 아닌 엄마로서 아이에 대한 사랑의 준비가. 이를 위해 임신 때부터 태아와 많은 대화와 교감이 필요하다.

아이를 향한 사랑으로 출산의 힘든 아픔을 이겨내고 마침내 엄마가 되는 순간.

이 기쁨의 순간을 항상 마음 속의 빛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아이를 키우며 힘들 때, 세상에 나 혼자만 있다고 느껴질 때 여러분은 마음 속 그 빛을 꺼내 주위를 밝히며 당당히 이겨 나가길 바랍니다. 작은 것에 쉽게 흔들리며 감정을 소비하는 엄마가 아니라 대자연과 같이 넓게 보고, 크게 생각하는 엄마가 되가는 성장통의 시간. 이 순간이 엄마를 준비해가는 산모들에게 진정 필요한 임신 10개월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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