뺏겼던 그 이름, 되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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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 제주일보 재발행에 즈음하여…
거짓 이름표를 단 게 결국 빛 앞에 드러나…법은 정의 편
‘정론직필’은 신문의 영혼을 깨우는 말…초심 잊지 말기를…

제주일보’, 본명이다. 뺏겼던 그 이름을 되찾았다. 축하한다. 신문도 이름이 있다. 들꽃에도 이름이 있다. 이름 곧 존재다. 존재의 또 다른 얼굴이다. 이름이 있어 생명으로 존귀하다.

김춘수 시인은 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이 향기와 빛깔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나도 그에게로 가서 그의 꽃이 되고 싶다고 했다. 세상을 둘러보라.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싶어, 혹은 자신이 남에게 제 이름으로 불리기를 얼마나 소망하는가. 광복으로 이름을 되찾아 감격했잖은가, 우리나라 이름 대한민국’.

濟州新聞제주일보제주제주일보’, 제주일보가 거쳐 온 이름(제호)의 파노라마다. 어제까지 불리던 제주보의 자가 유독 눈길을 끈다. 도하(都下)와 경향(京鄕)을 통틀어 한글에 한자 한 자가 들어간 국한문혼용체의 신문 이름은 일찍이 없었다. 제주일보가 존폐의 기로를 걸어온 험난한 역정을 이름의 변천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저런 험로를 걸었던 신문이 어디 또 있었을까. 그 길, 무척 힘들고 역겹고 아팠고 고단했다.

누군가에게 정색해 묻노니, 자고이래 미풍양속의 섬 제주에 어찌해 그런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원인은 하나다. 의롭지 않은 것을 정의로운 것같이 포장했고, 그에 더해 앉을 자리를 몰라 제자리라 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옳다고 내세운다 해도 옳지 않은 것은 불의일 뿐 정의가 아니다. 의롭지 않은 것과의 싸움, 오랜 시간이 짓궂게 흘렀다. 얼마나 낯 뜨겁고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나.

제 이름이 아님에도 마치 자기 이름처럼 이름표를 단 게 결국 빛 앞에 드러났다. 그 이름표를 떼라 한 법의 목소리는 과연, 차갑고 엄혹했다. 법은 결코 불의 편에 서지 않는다. 설령 한 발짝이라도 잘못 들여놓았다면, 그것은 이미 법이 아니다. 법은 정의 편이었고, 심판은 준엄했다.

퍼뜩 머릿속을 스치는 조지프 에디슨의 말에 무릎을 친다. “정의란 급류는 무너뜨릴 수 없는 산꼭대기에 세운 요새다. 정의만큼 위대하고 신성한 미덕은 없다.” 잇따라 귓전으로 내리는 말, “할 수 없구나. 잘 가거라. 나는 오늘까지 양심이란 것은 비겁한 놈들의 겉치장이요, 정의는 권력의 버섯인 줄 알았는데, 그것들이 진실로 존재한다는 것을 내 눈으로 보았다. 네가 무섭구나, 네가.”(김성한의 바비도)

다 지난 일이 됐다. 하지만 소설 속의 말을 곱씹지 않을 수 없다. ‘무섭구나’, 이 세상이.

그동안 기다림 속에 인내해 왔다. 지루한 다툼은 이제 끝났다. 지금부터다. 오늘, ‘제주일보는 뻿겼던 그 이름을 되찾아 가슴에 달았다. 자아성찰과 자기반성에 통렬해야 할 새로운 시작점에 섰다. ‘정론직필’, 늘 신문의 영혼을 깨우는 말이다. 부대껴 온 시련의 시간을 보상받을 그 길이다. 모름지기 초심으로 돌아가 겸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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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자 2020-07-16 23:40:02
되찾은 '제주일보' 축하합니다!!
75년의 역사와 전통을 바로 잡은 제주일보 임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경의를 보냅니다
정론직필(正論直筆)로 우리사회의 환한 등불이 돼어 주시기 바랍니다^^

원희롱 2020-07-15 02:04:39
모름지기 초심으로 돌아가 겸허하기를... ㅡ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