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의견보다 본인 인사 철학 중요...민주당 의원들 "사과 없이 변명 일관"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도입했던 행정시장 인사청문 제도에 대해 스스로 무용론을 제기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원 지사가 민선6기 제주도지사로 취임하며 제주도의회와의 협치 차원에서 시작한 행정시장 인사청문에 대해 의회의 의견보다 본인이 인사 철학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 지사는 14일 도청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를 열고 도의회 인사청문 부적격인 서귀포시장 임명 강행을 비롯해 의회에 표류 중인 시설관리공단 설립 문제, 공사가 중단된 비자림로 확장공사, 제주 제2공항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서귀포시장 임명을 강행한 것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인사권자의 종합적인 판단”이라며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도의회의 ‘적격·부적격’ 의견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원 지사는 세종대왕이 황희 정승을 발탁한 사례를 들어 “장점을 보고 (그 사람의) 단점을 보상하고도 남을 정도로 비례관계와 각오가 있다면 인사 철학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도 단단한 질타와 다짐을 받았고, 조건부로 더 낮은 자세로 본인의 과오를 만회한다는 전제로 임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취임한 후 자진해서 제안해 (인사청문이) 진행되고 있다”며 “지금 조례도 제정이 안 돼 있어 제도화하자고 제안도 하기는 했는데, 현재로서는 청문회를 통해 도민들이 후보자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행정시장이나 기관장이 됐을 때 그에 따른 포부 내지는 준비를 제대로 하도록 하는 데 1차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해 사실상 인사청문 무용론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원 지사는 이날 도의회에서 표류 중인 시설공단 조례에 대해서는 “도민 복리를 위해 바람직한 것을 하루라도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보지만 의회의 판단이 다르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임시회 상정이 보류되는 조직개편안에 대해서는 “업무 연관이나 중복 등을 따져 일정한 기준 이하 부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적용하고 입법예고 했다”며 “그러나 의회가 상정도 안한다고 하니 골치 아픈 것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또 현재 공개토론회가 진행 중인 제주 제2공항 문제에 대해서는 “공개토론이 진행 중인데 이렇든 저렇든 충분히 토론하고 여기에 관계인의 의견을 반영하자는 입장”이라며 “과정이 최대한 충실히 진행됐으면 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원 지사는 공사가 중단된 비자림로 확장공사와 관련해서는 “환경부와 다른 입장으로 공사를 서두르거나 몰래할 이유가 없다”며 “감사문제나 과태료 문제 등 법률특보를 통해 점검을 하고 있다.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고, 과오에 대해 시정할 것은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원 지사의 기자간담회 발언과 관련해 제주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원 지사를 규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하반기 도정 운영 방향을 처음 밝히는 자리가 보름 가까이 지나서야 마련된 것도 모자라 부적격 결정이 난 서귀포시장 임명에 대해서도 한마디 사과조차 없이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직개편안 상정 보류에 대해서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식으로 치부했고, 시설공단 조례 또한 도정이 계획한 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노력조차 없이 의회 결정을 따르겠다는 것은 도정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의회에 떠넘기는 자격상실 발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