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섬, 책썸, 책써머
책섬, 책썸, 책써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강전애, 변호사/논설위원

작년 이맘때쯤 이 지면을 빌려 우당도서관에서 주최한 ‘독서마라톤대회’ 참가후기를 쓰며 여름에 읽기 좋은 책들을 추천했었다.

당시 추천했던 책은,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서은국 ‘행복의 기원’, 고희범 ‘이것이 제주다’였는데, 지금 보아도 여름밤에 참 잘 어울리는 책들이다.

올해는 사정상 독서마라톤대회는 불참했지만, 여름휴가를 떠나기 어려울 것 같아 제주시동네책방네트워크에서 주관하는 ‘2020 책방예술제 책섬[썸:]’을 구경하며 책으로 여름을 나는 ’책써머summer’가 되어야겠다. 그리고 최근 읽었던 책들 중에 우리 제주일보 독자님들의 2020 여름밤을 함께 해줄 만한 책들도 소개하고 싶다.

첫 번째는,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대변동’이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올 봄에는 변호사 사무실도 내담자가 거의 없었는데, 그 걱정스러웠던 시기를 의미있게 해준 대단한 인사이트를 갖고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은 핀란드·일본·칠레·인도네시아·독일·오스트레일리아가 각 국가의 과거 위기를 맞게 된 과정과 이후 어떻게 극복해 나갔는지를 살펴본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국가는 칠레였는데, 아옌데와 피노체트라는 인물들도 흥미로웠지만 하나의 국가가 어떻게 민주화되고 그 민주화가 얼마나 쉽게 잃을 수 있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대변동’은 필자를 뜬금없이 평생 해보지 않았던 나라걱정에 밤잠을 못 이루게 만든 책이었는데, ‘촛불혁명’ 이후 대한민국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기 좋다.

두 번째 소개할 책은 생태주의자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이 책은 20세기 환경학 최고의 고전으로 꼽히기도 한다.

1960년대에 쓰여진 책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한데, 이 책이 발행된 뒤 60년이 지난 2020년 현재에도 이 책에서 나오는 DDT를 중심으로 한 수많은 화학물질들은 형태를 변경해서 여전히 계속 환경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지하수의 오염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는데, 제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축산 및 양식장 폐수문제 그리고 수 많은 개발행위들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과연 자연을 통제할 수 있는가, 아니 그 이전에 인간에게 자연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는 한 것인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환경도 계속 파괴되고 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로 인해 인간들의 삶도 ‘침묵의 봄’이 되어 이 책이 더 와닿았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칼 세이건 ‘코스모스’. 이 책은 읽지 않았어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최고라는 단어 이외에 생각나는 말이 없는 책이다.

필자가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과학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저 필자 개인적인 경험으로, 힘든 날 ‘코스모스’만큼 위로가 되는 책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탄생과 죽음은 이 우주 속에서 아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아등바등 살아가고, 싸우고 상처받고, 지쳐간다. 코스모스-질서정연한 우주-에 대해 생각하면, 내가 지금 갖고 있는 나를 뒤덮은 이 괴로움들은 티끌 조차 되지 않는다는 당연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 단순하고 명쾌한 결론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그러니 힘들 땐 ‘코스모스’를 읽어보세요.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의 우주를 당신 스스로 버리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