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황상제를 만나러 하늘 계단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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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중국 태산 트레킹
옛 황제들이 제사 지내던 곳
5대 명산 중 으뜸으로 꼽혀
정상까지 7시간 정도 소요
도교사원도 많이 볼 수 있어
태산의 정상인 옥황정에서 바라본 주변 전경. 가파르기로 악명 높은 십팔반구간을 지나 도달한 천가에 숙소를 잡고 쉬었다가 다음날 새벽 일출 시간에 맞춰 옥황정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태산 정상의 일출에서 정기를 받아 미래의 소망을 기원한다.
태산의 정상인 옥황정에서 바라본 주변 전경. 가파르기로 악명 높은 십팔반구간을 지나 도달한 천가에 숙소를 잡고 쉬었다가 다음날 새벽 일출 시간에 맞춰 옥황정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태산 정상의 일출에서 정기를 받아 미래의 소망을 기원한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泰山雖高是亦山)’로 시작되는 양사언의 시가 아니더라도 티끌 모아 태산, 갈수록 태산, 걱정도 태산, 할 일이 태산,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등 태산은 옛날부터 우리네 일상에서 몹시 친숙하다.

중국인들은 지금의 서안과 낙양을 중심으로 한 중원 일대의 다섯 개 명산을 오악(五岳)이라 불렀다. 경치나 높이 같은 외형적 기준이 아니라 역사·문화적 역할과 의미에 따라 선정된 산들이다. 동서남북에 포진한 이들 5대 명산 중에, 모두가 인정하는 으뜸은 동쪽 산동성에 있는 동악(东岳)인 태산이다. 때문에 태산의 여러 바위나 절벽 등에는 천하제일산(天下第一山) 또는 오악독존(五嶽獨尊)이란 붉은색 대형 글귀가 새겨져 있는 걸 자주 본다.

태산이 으뜸으로 꼽혀온 데에는 옛 황제들이 하늘과 땅에 제사를 지낸 봉선제(封禪祭) 기록 때문이다. 요순시대 요왕과 진시황을 비롯해 한무제, 당 현종, 강희제 등 숱한 제왕들이 태산에 올라 봉선 의식을 치렀다고 전해진다. ‘태산에 올라보니 천하가 작게 보인다라는 공자의 말 또한 태산의 위상에 기여해왔다.

태산은 우리나라에서 접근성이 아주 좋다. 인천공항에서 산둥성 제남공항까지 1시간 40분 걸리고 제남공항에서 버스로 갈아타면 두 시간 만에 태안시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터미널 바로 인근에 있는 대묘가 태산 등정의 출발점이다. 산 중턱인 중천문까지 버스도 가고, 중천문에서 정상 근처인 남천문까지 케이블카도 운영된다.

태산 트레킹은 원칙대로 대묘에서 출발해 걸어서 정상에 이르고, 다음날 새벽 일출과 함께 태산 정기를 받은 후 정상 주변에 반나절 머무르다 케이블카로 하산하는 방식이 가장 알차고 실용적이다. 정상 주변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구간이 돌계단으로 이뤄졌다. 대묘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데는 7시간 정도 소요된다.

트레킹 루트(10=옥황정까지 등산 9, 남천문까지 하산 1) : 대묘(岱廟·150m)일천문(一天門·220m)홍문(红門)만선루 매표소(萬仙樓 售票處·250m)두모궁(斗母宮·435m)-호천각(壶天阁·750m)-중천문(中天門·840m)운보교(雲步橋·1060m)오송정(五松亭)-오대부송(五大夫松)대송산(对松山) 만장비(萬丈碑)깔딱고개 십팔반(十八盘)용문(龍門·1200m)승선방(昇仙坊)남천문(南天門·1460m)천가(天街)일관봉(日觀峰)옥황정(玉皇頂·1545m)벽하사(碧霞祠)-천가남천문(케이블카)-중천문(버스)천외촌(天外村·200m)

태안시 북부의 대묘는 역대 황제들이 태산에 오르기 전에 먼저 들러 제를 지냈던 곳이다. 하늘에 제사를 올리기 전에 땅의 산천에 먼저 제사를 올렸던 것이다. 대묘에서 태산 입구인 일천문까지는 차량이 많은 홍문로(红門路)를 따라 1.7직선으로 연결된다.

태산 입구인 일천문으로 들어서는 사람들.
태산 입구인 일천문으로 들어서는 사람들.

태산 입구인 일천문으로 들어서면 천계(天階)라 쓰인 문을 지난다. 하늘로 향하는 계단이란 뜻이다. 정상 근처인 남천문까지 이어진 총 7736개의 돌계단 등산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검붉은 건축물에 터널처럼 뚫린 홍문을 지나면 잠시 후 만선루 매표소에 이른다. 매표소 해발이 250m, 대묘에서 고작 100m 올라왔고 정상까지는 1300m를 더 올라가야 한다

신선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도교(道敎)는 고대 이래 중국의 토착신앙이다. 태산은 중국 도교의 5대 본산 중 하나로 등산로 주변엔 도교 사원들이 많다. 태산을 수호하는 두모여신(斗母女神)을 모시는 두모궁은 태산에선 유일한 불교사원이다.

두모궁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려 호천각에 오르면 향을 피운 곳에 열쇠를 채워 뭔가를 기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해발 840m 중천문은 태산 등산길의 중간 지점이다. 셔틀버스가 이곳까지 운행되고, 다시 여기서 정상 인근 남천문까지는 케이블카도 운행된다. 다리 주변에 안개가 자주 끼어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다는 운보교를 건너고 잠시 후 오송정 오대부송을 볼 수 있다. 우리의 정이품송처럼 오대부란 관직이 부여된 소나무다. 진시황이 태산에 올랐을 때 이 소나무 밑에서 폭우를 피한 덕에 벼슬을 받았다 한다. 지금의 소나무는 300년 전에 다시 심은 것이다.

산속의 산인 대송산에 오르고 만장비와 만난다. 청나라 건륭제가 썼다는 글자 총 68자가 새겨져 있는 비문이다. 가로 10m, 세로 20m 거대 절벽에 새겨진 글자들이 시각적으로 장엄하기 그지없다.

차마고도 지류인 윈난성 호도협에서 가장 악명 높은 구간은 28벤드다. 오르막이 워낙 가팔라서 지그재그로 스물여덟 번을 굽이쳐 올라야 하는 데서 연유된 이름이다. 태산 등정 루트에선 용문과 승선방을 거쳐 남천문까지 고도차 400m를 가파르게 올라야 하는 십팔반 구간이 이에 해당한다. 45도 이상 경사진 1633개의 계단이 842m에 걸쳐 이어진다. 십팔반이 두려운 이들은 중천문에서 케이블카를 이용해 남천문에 내린다.

천가에 조성돼 있는 숙소와 상가들의 모습.
천가에 조성돼 있는 숙소와 상가들의 모습.

천가는 남천문에서 옥황정 방향으로 600m에 조성된 공중 도시다. 이름 그대로 하늘거리인 셈인데 식당과 숙소와 상가들이 즐비하다. 일반적으론 천가에서 숙소를 잡고 쉬었다가 다음날 새벽 일출 시간에 맞춰 옥황정에 오른다. 고대의 황제들처럼 하늘에 제사를 올리진 않더라도, 태산 정상의 일출에서 정기를 받아 미래의 소망이 실현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일출은 일관봉에서 맞고, 옥황정은 밝아진 후에 올라서 차분히 둘러보는 게 좋다. 하산길에는 한무제의 무자비(無字碑)와 공자묘(孔子廟), 그리고 태산 최고의 도교 사원인 벽하사 등 여러 역사 유적과 현장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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