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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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료원 부속요양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최경만

당신은 단 하루라도 꼼짝 못하고 누워서 지낸 적이 있나요? 눈만 깜박이거나 심지어 눈을 뜨지도 못하는 환자가 당신의 부모님이나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는 아닌지요? 그분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지내실까요?

음식을 못 드셔 금방 돌아가실 분들에게 코를 통해 관을 넣어 직접 위속으로 식사를 드리고, 폐렴으로 열이 나면 항생제를 써서 폐렴을 낫게 하면서 이제 병원과 요양원에는 위와 같은 상태로 여러 해를 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람들은 그분들을 환자라고 부르고 건강을 잃고 타인의 도움에 전적으로 의지하며 의미 없는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요양병원에서 그분들과 동행하면서 느끼는 것은 그분들이야 말로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으며 진정으로 건강한 분들이라는 것입니다. 입원상담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그분들의 살아온 얘기를 듣고 그분들의 성품에 대해 물어봅니다. 얼굴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병상에 누워 있으면서 그분들의 얼굴은 조금씩 변해갑니다. 그분들 중 대다수는 삶의 어떤... 순간보다 평온한 표정을 하고 계십니다. 성자와도 같은 평화로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당신은 길에서 강도를 만났습니다. 포악한 강도가 당신의 돈을 다 빼앗아 가고도 모자라 당신의 코, 손목, 발목 중에 한 가지를 내놓으라고 요구합니다. 당신은 괴로움에 빠집니다. 어느 하나도 내놓고 싶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생명보다 돈을 더 아까워합니다.

우리는 인생을 그렇게 살아갑니다. 그러나 중풍이 오고, 치매가 심해져 가로, 세로 2평을 넘지 않는 침대만이 당신에게 주어질 때 과연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생명이고 건강이 아닐까요? 이 소중한 삶을 더 이상 이런 저런 일들로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소중한 시간을 이런 저런 사람들을 이런 저런 이유로 만나며 사는 것에 쓰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의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사시는 분들입니다.삶의 진흙탕 속에서는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분들은 우리의 마음을 깨끗하게 해주는 숯과 같은 존재입니다. 참된 건강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마지막까지 잊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입니다. 모든 것에 감사하는 그분들과 동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저에게, 그분들은 다가오는 삶이 두렵지 않음을 그리고 현재의 삶이 어떠해야 함을 알려주는 존경하는 삶의 선배이자 스승님들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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