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작은 영웅들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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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수, 천주교제주교구 동광성당 주임신부/논설위원

요즘 코로나19로 주변에 어렵고 힘든 분들이 참 많습니다. 어떤 이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또 다른 이들은 극심한 고립감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시간이 흘러도 코로나19의 기세는 여전하고 해결 기미도 마뜩잖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입니다.

어느 날 인도의 성자(聖者)인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 캘커타의 빈민가에 큰 보육원을 짓겠다고 발표합니다. 그러자 많은 언론에서 얼만큼 기금이 마련되었는지를 묻습니다. 이에 수녀님은 오직 3실링(한화로 201원)뿐이라고 대답합니다. 실소(失笑)가 터져나옵니다. 그때 수녀님은 “사실 이 3실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사랑이 더해지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라고 덧붙입니다.

그 후에 수녀님의 희망대로 전 세계 이곳저곳에서 사랑과 관심이 쏟아집니다. 결국 몇 년이 지나 않아 보육원은 번듯하게 완공되고, 가난한 어린이들의 사랑의 보금자리가 됩니다.

이같이 사랑에 사랑이 더해지면, 지극히 작은 겨자씨가 발아(發芽)하고 자라나 새들의 안식처가 되듯(마태13,32참조),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변화와 결실을 맺습니다.

성서의 오병이어(五餠二魚) 이야기는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예수님께서 기쁜 소식을 전하며 병자들도 고쳐줍니다. 이를 본 많은 사람들이 그분 주변으로 몰려듭니다. 예수님께서는 허기와 피곤에 지친 그들을 가엾이 여기십니다. 그래서 먹을 것을 주려 하지만, 당장 그들을 충분히 먹일 만한 음식은커녕 그것을 살 돈도 없습니다. 바로 그때 한 아이가 자신의 양식인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기꺼이 내놓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미소한 양식에 축복하시고 사람들에게 나눠줍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놀라운 기적이 일어납니다. 장정만도 오천명이 넘는 이들이 모두 배불리 먹습니다. 남은 조각들은 모아보니 열두 광주리에 차고 넘칩니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달랑 물고기 두 마리가 몇십 마리로 불어나고, 보리빵들이 하늘에서 마구 떨어진 걸까요. 만일 그렇다면, 사랑과 나눔이 무색한 해괴한 사건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어느 추기경님의 말씀처럼, 그것은 깊은 사랑의 신비를 담고 있습니다.

우선, 한 아이가 자신이 먹으려고 가지고 다니던 양식을 내놓습니다. 그러자 이를 보던 주변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마음 깊숙이에서부터 사랑이 차오릅니다. 그와 동시에 한 사람씩 자신이 소지(所持)한 양식을 꺼내놓습니다. 이 사랑의 바이러스는 삽시간에 퍼집니다. 사랑과 나눔의 잔치가 벌어집니다. 그래서 모든 이가 배불리 먹은 것입니다. 작디작은 나눔과 희생이 품고 있는 놀라운 사랑의 역설을 보여줍니다.

금번 코로나19 위기 가운데 우리나라는 밤낮없이 몸과 마음을 다 바친 숨은 작은 영웅들(공무원, 의료관계자, 자원봉사자와 시민등)의 피땀이 어우러져,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K방역의 모범국가로 우뚝섭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금자탑을 이룬 것입니다. 이 여세를 몰아 코로나19를 완전히 종식시켜 새로운 발전과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놀라운 기적을 이루는데, 서로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너나 할 것 없이 작은 힘들을 모으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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