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적 페미니스트(feminist)를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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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논설위원

최근 미국 CNN 방송은 전 서울시장 사망과 성추행 의혹사건을 다루면서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던 대통령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전 서울시장의 여성 인권운동 이력도 상세히 전하면서 그 또한 페미니스트를 자처해왔다고 보도했다. 특히 대통령은 2017년 취임하면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했다고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생물학적 성(性)으로 인한 모든 차별을 부정하며 성(性)평등을 지지하는 믿음에 근거하여 불평등하게 부여된 여성의 지위·역할에 평등으로의 변화를 일으키려는 여성운동을 페미니즘이라 한다. 페미니즘은 특히 여성의 권리회복을 위한 운동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진정한 페미니스트(feminist)는 이 페미니즘을 추종하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젠더(Gender), 즉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된 성(性)으로 인해 발생한 불평등한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변화를 일으키고자 페미니즘 운동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들은 여성을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일반적인 여성관에서 벗어나고자 하며,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기회와 자격을 가질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한다.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페미니스트의 운동으로는 19세기 미국과 영국에서 일어난 여성참정권운동이다.

이후 여성 억압의 원인과 결과를 설명하고 여성해방을 위한 전략을 모색하는 데 있어 페미니즘은 자유주의·마르크스주의·급진주의·사회주의 등 여러 사상이나 이론에 의해서 뒷받침되거나 더불어 발전해 왔다. 특히 1949년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저서 ‘제2의 성’의 출간은 현대 여성운동, 페미니즘 운동의 기원을 이루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페미니즘은 1960년대부터 일종의 ‘여성해방운동’, 즉, 남녀의 성(性) 차이에 기반하여 이미 만들어진 제도적인 차별과 그것을 지지(支持)하는 사회의 통념이나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려는 운동으로 전환되어 이어져 왔다. 다만, 페미니즘이 권리와 평등의 개념을 사용해서 사회를 정적(靜的)인 것으로 보려는 관점이라면, 반대로 여성해방 운동은 억압과 해방의 개념을 사용해서 여성을 위한 사회를 더욱 역동적으로 파악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이르러 각계의 역량 있는 인사들, 즉 페미니스트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나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짐으로써 우리나라의 여성인권 내지 페미니즘 운동도 활발하게 전개돼 왔다. 더욱이 이를 뒷받침할 정부 또는 시민단체 차원에서의 주도적 역할 수행도 괄목(刮目)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여성차별 등 인권문제를 해소해 나갈 수 있는 헌법적 근거도 마련되어 있다. 헌법 제11조에서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이 그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한 페미니스트라면 어떤 지위에 있든 간에, 그 본을 다하여 여성을 성적인 욕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일반적인 여성관을 비판해야 하고, 남성과 동등하게 여성의 자기인식과 기회를 넓히는 데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에서 공분을 불러왔던 주된 이유는 페미니스트인 고위공직들의 위선적 탈선과 그 본분망각이 아닌가 한다. 한국 페미니즘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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