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노래하는 원도심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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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관덕정(上)
별처럼 반짝이는 삶을 꿈꾸던 제주의 옛 선조들은 별을 숭배해
원도심에는 탐라국시대에 축조된 칠성대 1930년때까지 존재
바람난장 식구들이 제주의 역사를 품고 있는 장소인 관덕정을 찾았다. 홍진숙 作, 관덕정의 시간.
바람난장 식구들이 제주의 역사를 품고 있는 장소인 관덕정을 찾았다. 홍진숙 作, 관덕정의 시간.

언제부턴가 우리는 별을 잊어갔다. 깜깜한 도시의 밤하늘은 별 한 점 비춰주지 않는 날이 많았으니까. 삶이 막막할 때 한줄기 희망이 되어주던 별빛은 점점 인공의 불빛에 가려져 무관심으로 방치되곤 했다. 물론 어둠의 뒤편을 보고 싶은 사람은 없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자꾸 잊어간다. 일상이 지리멸렬함으로 포장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다. 지리멸렬함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은 자연으로 눈을 돌리는 일이다. 고개 들어 흘러가는 구름을 관찰하고 별빛을 바라보고, 달의 움직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헛헛한 마음을 조금은 채울 수 있다. 물질적 욕망은 인간의 마음을 더욱 갈증 나게 할 뿐이다. 인간은 우주의 피조물이기에 만물의 존재를 확인할 때 나의 존재도 이곳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이 점점 존재를 망각하게 하고 스스로를 외롭게 만든다. 늘 우리 곁에 있어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인간이 느끼는 고통과 불안에 가장 명쾌한 해답을 던져주는 현자가 바로 자연이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지금까지 우리를 감동시키고 있는 것 역시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한 이유다.

 

7월의 마지막 바람난장에 함께한 강문규 전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이 탐라의 옛이야기를 풀어놓는다.
7월의 마지막 바람난장에 함께한 강문규 전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이 탐라의 옛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강문규 전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이 들려주는 탐라의 옛이야기도 그런 맥락과 연결된다.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 아니 그보다 더 옛사람들은 별을 숭배했다. 하늘의 별이 삶의 길잡이였다. 별의 모양을 따서 도시를 나누고 별성자()를 중심으로 구획의 이름을 정했다. 원도심에는 탐라국시대에 축조된 칠성대가 1930년대까지 존재하였다고 한다. 신증 동국여지승람(1530)에는 칠성도는 주성 안에 있다. 돌로 쌓은 옛 터가 있다. 삼성이 처음 나와서 삼도(三徒)를 차지하고 북두칠성을 모방하여 대()를 쌓고 나누어 살아서 칠성도라 부른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도성을 북두칠성으로 구획하고 설계한 탐라는 탐라왕을 성주(星主), 탐라의 관부는 성주청(星主廳), 탐라도성내는 七星圖大村(18세기 고지도에 표기)으로 불러왔다고 한다. 제주가 얼마나 별을 귀하게 여기고 사랑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별처럼 반짝거리는 삶을 꿈꾸던 옛 선조들의 바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역사다.

 

하지만 시간은 모든 것은 변하게 한다. 자연이 인간을 둘러싸고 있었다면 지금은 인간이 자연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없어진 것이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서 자연은 희생양이 되었다. 이십 년 전만 해도 탑동 바닷가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였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수많은 이야기를 했고 술잔을 기울였다. 바다는 말없이 아픈 등을 쓸어주고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손길이었다. 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 이혜정, 장순자)에서 백 년 후의 옛이야기를 회상하듯 쓸쓸하게 읊는다.

 

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 이혜정, 장순자)팀이 시 ‘백 년 후의 옛이야기’를 회상하듯 쓸쓸하게 읊는다.
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 이혜정, 장순자)팀이 시 ‘백 년 후의 옛이야기’를 회상하듯 쓸쓸하게 읊는다.

말하겠지 한 백년 후에는

옛이야기로 말하겠지

호텔이며 생선횟집 늘어선 이 거리가

바다였다는 걸

새까만 보석 같은 먹돌이

파도에 닦이던 먹돌이었다는 걸

아이들 헤엄을 배우고

바람 부는 날은 파도가

초가지붕 넘어와 마당을 적시던

바다였다는 걸

불난 가슴에 소주 몇 잔 들이켜고

밤바다 수평선에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열혈청년 눈물 삼킨 바다였다는 걸

4·3사태 때 쪽배 타고 떠난 지아비

소식 기다리며 속절없이 머리카락 희어가던

아낙네 서성이던 바다였다는 걸

말하겠지 옛이야기로

변해가겠지 탑바리 전설은

-김순이, ‘탑바리 전설전문

 

지나간 시간들이 쌓여 별빛이 되는 것일까. ‘탑바리 전설은 떠도는 전설이 아닌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지나온 발자취라는 사실을 후세는 알까. 그 아픔의 역사가 쌓여 전설이 되고자 했던 마음을 알까. 풍경이 변하듯 사람 마음도 변한다. 아련함이 서글픔이 단지 지워진 발자국이 아닌 우리가 기억하고 또 아로새겨야 할 역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별이 여전히 우리 곁에서 반짝거리며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황경수 제주대학교 교수의 따뜻한 음성으로 전해지는 가곡 ‘시간에 기대어’가 관덕정 일대를 맴돈다. 지금은 광장으로 변한 관덕정 앞마당에서 옛 사람을 떠올린다.
황경수 제주대학교 교수의 따뜻한 음성으로 전해지는 가곡 ‘시간에 기대어’가 관덕정 일대를 맴돈다. 지금은 광장으로 변한 관덕정 앞마당에서 옛 사람을 떠올린다.

성악가 황경수님이 시간에 기대어를 들으며 억겁의 시간이라는 별을 생각한다. 희망을 꿈꾸던 의 간절한 눈빛이 별빛으로 다시 태어나는 건 아닐까. 지금은 광장으로 변한 관덕정 앞마당에서 옛 사람을 떠올린다. 그들은 어떤 표정을 지으며 이곳에 서 있었을까. 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발자국이, 이곳에 쌓였을까. 문득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의 시구가 떠오른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를 부르면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우는 소리를 들을 것만 같다.

사회 정민자

강연 강문규

음악 황경수(노래)

오네이릭랜드(노래)

시낭송 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 이혜정, 장순자)

그림 홍진숙

사진 허영숙

영상 김성수

음향 최현철

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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