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인공지능(AI)·가상현실(VR) 시대
꿈과 인공지능(AI)·가상현실(VR) 시대
  • 제주일보
  • 승인 2020.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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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노래를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노래 자체가 희로애락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기뻐도, 화가 나도, 사랑을 할 때도, 즐거워도 사람들은 노래를 부른다. 룸살롱에서도, 단란주점에서도, 노래방에서도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른다.  이것도 모자라 길거리에 나와서까지 노래를 부르며 희로애락을 느끼는 것이다

여기 가슴 아프고 슬픈 노래가 있다.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그 임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이 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황진이 시에 김성태가 작곡한 이라는 가곡이다

이 노래에서 가장 가슴에 와닿는 부분은 첫 문장인 꿈길밖에 길이 없다는 내용이다. 조선시대는 연인을 쉽게 만나기 어려웠던 세상. 그래도 궁하면 통하는 법. 담을 넘든, 변장을 하든 갖은 꾀를 쓰면 연인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 노래에서 임은 아마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듯하다. 현실에서 만날 수 없기에 꿈에서나마 보려고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길이 어긋나면서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아픔이 겹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노래다.

사실 저세상에 있는 사람, 별이 된 사람, 땅에 묻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꿈길밖에 길이 없다. 꿈속에서 만나는 것이다.

그 사람은 살아 있을 때의 얼굴로 다가오는 것이다. 살아 있을 때의 그 옷을 입고. 보고 싶은 사람이 꿈에 나타나면 얼마나 반갑고 좋은 것인가. 꿈속에서는 고인과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지난 2월에 방영된 TV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3년 전 혈액암으로 숨진 6살짜리 딸을 엄마가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만나는 내용이다.

가상현실(VR) 헤드셋을 낀 엄마는 딸을 안으려 하지만 허공을 안을 뿐이다. 딸은 엄마, 나 예뻐?”라고 말하지만 엄마는 눈물만 흘렸다. 꿈에서만 이뤄지던 영혼과의 대화가 첨단기술을 통해 가능해진 것이다.

숨진 6살짜리 딸은 20살이 된 적이 없다. 그러나 첨단기술은 20살의 얼굴을 만들어 엄마에게 보여줄 수도 있다.

그러나 꿈에서 나누는 대화처럼 자연스럽지는 않다. 대화가 어긋나는 것이다. 딸은 입력된 말을 할 뿐이다. 아직은 꿈의 세계가 가상현실의 세계보다 더 현실적이고 더 진하다. 그래서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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