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노래 자체가 희로애락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기뻐도, 화가 나도, 사랑을 할 때도, 즐거워도 사람들은 노래를 부른다. 룸살롱에서도, 단란주점에서도, 노래방에서도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른다. 이것도 모자라 길거리에 나와서까지 노래를 부르며 희로애락을 느끼는 것이다.
▲여기 가슴 아프고 슬픈 노래가 있다.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그 임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이 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황진이 시에 김성태가 작곡한 ‘꿈’이라는 가곡이다.
이 노래에서 가장 가슴에 와닿는 부분은 첫 문장인 ‘꿈길밖에 길이 없다’는 내용이다. 조선시대는 연인을 쉽게 만나기 어려웠던 세상. 그래도 궁하면 통하는 법. 담을 넘든, 변장을 하든 갖은 꾀를 쓰면 연인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 노래에서 임은 아마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듯하다. 현실에서 만날 수 없기에 꿈에서나마 보려고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길이 어긋나면서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아픔이 겹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노래다.
사실 저세상에 있는 사람, 별이 된 사람, 땅에 묻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꿈길밖에 길이 없다. 꿈속에서 만나는 것이다.
그 사람은 살아 있을 때의 얼굴로 다가오는 것이다. 살아 있을 때의 그 옷을 입고. 보고 싶은 사람이 꿈에 나타나면 얼마나 반갑고 좋은 것인가. 꿈속에서는 고인과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지난 2월에 방영된 TV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는 3년 전 혈액암으로 숨진 6살짜리 딸을 엄마가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만나는 내용이다.
가상현실(VR) 헤드셋을 낀 엄마는 딸을 안으려 하지만 허공을 안을 뿐이다. 딸은 “엄마, 나 예뻐?”라고 말하지만 엄마는 눈물만 흘렸다. 꿈에서만 이뤄지던 영혼과의 대화가 첨단기술을 통해 가능해진 것이다.
숨진 6살짜리 딸은 20살이 된 적이 없다. 그러나 첨단기술은 20살의 얼굴을 만들어 엄마에게 보여줄 수도 있다.
그러나 꿈에서 나누는 대화처럼 자연스럽지는 않다. 대화가 어긋나는 것이다. 딸은 입력된 말을 할 뿐이다. 아직은 꿈의 세계가 가상현실의 세계보다 더 현실적이고 더 진하다. 그래서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