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권 내 도시숲 비율 전국 최하위에 녹지 면적도 10년 사이 급감
폭염·열섬현상 피해 손 놔…대구 등은 법률 구애 안 받고 추진 ‘대조’
녹지 감소에 따른 여름철 열섬현상 저감 대책으로 옥상녹화가 주목받으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사업 추진에 열을 올리는 데 반해, 제주는 오히려 제자리 걸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옥상녹화는 건축물의 옥상이나 지붕에 나무와 잔디 등 식물을 심어 ‘옥상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토지보상비 없이도 도심에 녹지공간을 조성할 수 있고, 건물 단열과 반사열 차단 효과도 크다.
4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내 옥상녹화 사업은 2016년 이후 4년째 중단된 상태다.
당시 개정된 지방재정법에 옥상녹화 사업을 지원(보조금)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제주지역은 2016년 말 기준 도시숲 총 8만7668㏊ 중 생활권 도시숲이 700㏊(0.8%)로 생활권 내 도시숲 비율이 전국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또 2017년 도내 녹지 면적도 2008년과 비교해 19.6㎢나 감소했다. 10년 사이에 마라도(면적 0.3㎢) 65개 규모의 녹지가 사라졌다.
사실상 행정당국이 옥상녹화 사업 포기 등 도시숲 확대에 손을 놓으면서 도내 폭염과 열섬현상 피해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시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7억원을 들여 상업·업무시설과 노유자시설, 공동주택 등 66곳에 대해 건축물 옥상녹화를 진행하기는 했지만, 지방재정법 개정 이후 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후속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반면 다른 지자체들은 법률에 구애받지 않고, 옥상녹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는 2007년부터 해마다 도심 녹지공간 확충과 열섬현상 방지는 물론 미세먼지 저감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푸른 옥상 가꾸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창원시도 생활권 도시숲 확보를 위해 해마다 옥상녹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천안시는 정부 공모사업에까지 뛰어들어 복권기금을 지원받아 사회복지시설의 옥상녹화 사업을 지원했다.
녹지 온도는 주변지역보다 표면온도가 약 3도 낮게 나타나고, 녹지의 쿨링 효과는 녹지에서 최대 120m 떨어진 지점까지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도심 내 건물 옥상의 50%를 녹화할 경우 여름철 온도를 2~3도 낮출 수 있다는 캐나다 토론토를 대상으로 한 연구 보고도 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제주 도심지는 강이 흐르지 않는 데다, 대형 빌딩, 아스팔트 포장 등으로 열섬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옥상녹화는 물 공급 등 사후관리에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해 행정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 행정시 관계자는 “ 산림청 지침에 따라 올해 공공시설을 우선으로 관련 사업에 대한 수요조사를 하고, 내년부터 민간 부문에 대해서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