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개 명도암마을에 '공항기상레이더'...'갈등 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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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항공안전 위해 필요"...마을회 "인체.농작물 악영향 우려"
김종석 기상청장, 7월 말 원희룡 제주도지사 만나 설치 협조 요청
마을회, 도로변 국유지에 들어서 경관 저해 및 재산권 침해도 발생
제주시 봉개동 명도암마을 입구 기상청 소유 국유지에 들어설 공항 기상레이더기지 부지 전경.
제주시 봉개동 명도암마을 입구 기상청 소유 국유지에 들어설 공항 기상레이더기지 부지 전경.

제주시 봉개동 명도암마을에 공항 도플러 기상레이더(TDWR)가 설치될 예정인 가운데 기상청과 마을 간 갈등이 비화될 우려를 낳고 있다.

9일 기상청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명도암마을 입구 국유지 2900㎡(880평)에 공항 기상레이더를 도입한다. 기상청은 지난 6월 설계에 착수, 오는 10월 설계를 완료할 예정이다.

공항 기상레이더는 비행기 착륙을 방해하는 돌풍(윈드시어)과 강한 하강기류(마이크로 버스트), 호우, 강설 등을 탐지해 관제사와 항공사에 제공한다. 기상청은 제주국제공항의 항공 안전운항을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상청은 2001년 70억원을 들여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이 장비를 설치했으며, 국내 두 번째로 제주에 도입할 예정이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지난 7월 28일 제주도청을 방문, 원희룡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급변풍과 하강기류 등 공항 내 위험 기상을 신속히 대응하고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해 공항 기상레이더가 조속히 구축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기상청장은 인사 차 도청을 방문했고, 공항 기상레이더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문제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업부지의 묘소에 설치된 기상청 안내문.
사업부지의 묘소에 설치된 기상청 안내문.

반면, 명도암마을회(회장 조남일)는 주민 건강과 농작물에 영향을 주고, 재산권을 제약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마을회는 공항 기상레이더의 주파수는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H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의 X밴드보다 바로 한 단계 낮은 C밴드여서 전자파 발생과 고전압으로 인해 인체와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공항에 설치된 레이더 역시 C밴드로 최대 탐지거리는 500㎞에 이른다.

더구나 4·3평화공원으로 가는 명도암마을 입구 도로변에 설치되면 경관 저해는 물론 향후 주택 건설 제약 등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항 기상레이더가 들어서는 곳에서 반경 70m 내에는 주택 5동과 피아노 연주 공연장이 들어섰고, 현재 농산물식품 창고와 2층 규모의 근린시설 건립이 진행 중이다.

공항 기상레이더 부지 인근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기상청 관계자는 인체에 영향이 없다고 했지만 미국통신산업협회 등 레이더 관련 기관을 검색한 결과, 소형 사드에 버금가는 수준이어서 전자파와 고전압으로 사람과 농작물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이 주민은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레이더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시설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암과 불임, 백내장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기상청은 투명한 정보 공개는 물론 주민 설명회조차 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명도암마을회는 2016년 수도권 돌발 기상 관측을 위해 서울 동작구에 레이더 설치를 추진했다가 전자파의 위해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며, 공항 기상레이더 설치에 대한 반대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마을회에 따르면 기상청은 2016년부터 해당 장비 도입을 검토하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해왔으며, 국유지는 당초 국세청 소유에서 지난해 7월 기상청으로 이관됐다고 밝혔다.

봉개동 관계자는 “마을에서는 실익이 없다며 반대하는 만큼, 기상청은 행정기관을 방문할 게 아니라 주민들을 우선 만나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레이더는 주파수 전파가 반사돼 돌아오는 방향과 시간·신호를 이용해 대상을 분석하는 장비로 주파수 범위를 일정하게 나눈 것을 밴드(Band·주파수 대역)라고 한다.

레이더는 기상 관측과 비행기·선박 등 상업용으로 사용되지만 주파수 등급에 따라 군사용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등급별로 보면 L밴드(원거리 탐색), S밴드(대공 레이더용), C밴드(대공 방어용), X밴드(미사일 방어·항공기 조종용) 등으로 나뉘며 성주 사드기지는 X밴드를 사용하고 있다.

김종석 기상청장(왼쪽 맨 끝)이 지난 7월 28일 제주도청을 방문, 공항 기상레이더 설치와 관련,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면담을 하고 있다.
김종석 기상청장(왼쪽 맨 끝)이 지난 7월 28일 제주도청을 방문, 공항 기상레이더 설치와 관련,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면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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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도암 2020-08-12 22:32:33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한적한 마을 초입 도로변에 20m 높이의 자연 경관을 해치는 구조물이 들어선다는 게 말이 되나요? 그것도 주민과 협의없이 몰래 설치하려고 했다는 게 충격이네요. TDWR(Terminal Doppler Weather Radar) 공항 도플러 기상 레이더는 공항에 기상 정보를 주기 위한 건데 공항에다 세워야죠! 안전거리인 반경 70m 안에 주택이 5채나 있는 곳에 세우는 게 말이 되나요? 인천공항에 이어 두 번째 설치라는데, 첫 번째 공항 도플러 기상 레이더는 인천공항에 세웠는데 왜 제주도는 주택 바로 옆에 설치하려 하나요? 첫번째 공항 도플러 기상 레이더는 공항에 설치했기에 민간인 전자파 피해가 없는 거죠. 명도암 주민으로서 치가 떨리고 화가 납니다. 기상청은 당장 철회하세요!!

명도암1 2020-08-21 06:57:56
당장 철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