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기상청이 제주시 봉개동 명도암마을에 공항기상레이더(TDWR) 설치를 추진(본지 8월 10일자 1면 보도)하는 가운데 전자파 발생에 따른 인체 위해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기상청은 사람과 농작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객관적인 데이터 제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천공항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도입 예정인 이 레이더는 주파수대역이 C밴드(4~8㎓·기가헤르츠)로 최대 탐지거리는 500㎞다.
이는 고고도 미사일을 방어·요격하기 위해 도입된 경북 성주 사드기지의 X밴드(8~12㎓)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이다.
레이더기지를 안고 살아야 할 주민들은 ‘소형 사드’나 다름없다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레이더기지 반경 50m 내에는 주택 3동과 음악공연장이 들어서 있다.
제주대학교 A교수는 “레이더기지와 100m 떨어져 있으면 영향이 없겠지만, 50m 내에 주민이 살고 있다면 사전에 전자파 전계강도 측정 실험을 한 후 정확한 데이터를 주민들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교수는 이어 “레이더의 주파수와 안테나 직경, 반사각, 최대출력 등을 검토하면 인체에 영향을 줄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전계강도(전파의 세기를 에너지로 표시한 것)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2016년 9월 본청 옥상에 기상레이더 설치를 추진했다가 서울 동작구 주민과 지역 국회의원의 반대로 사업을 접은 바 있다.
당시 기상청은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의 자료를 근거로 전자파는 고정연속 노출 시 71m 이상 떨어지면 인체에 무해하다는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또 기상청 옥상에 있어서 주거지역보다 높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전자파 노출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명도암마을에 도입 예정인 공항기상레이더 반경 50m 내에는 주거지가 형성돼 주민들은 직·간접적으로 전자파에 노출될 상황에 놓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C밴드의 공항기상레이더는 전파 강도가 비교적 약해서 집안에 5G 와이파이 수신기를 단 것과 같은 영향을 준다고 보면 된다”며 “고층건물인 20m 구조물 위에 레이더 돔을 설치하는 만큼 저층에 있는 마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제주공항의 돌풍과 난기류를 관측하고, 항공 안전운항을 위한 공익목적으로 레이더를 설치하는 만큼, 조만간 주민 설명회를 열어서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남일 명도암마을회장은 “쓰레기를 마을에 매립, 30년간 고통을 겪어왔는데 이번엔 전자파를 발생시키는 레이더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주민 건강과 경관을 해치는 기상레이더 설치를 반대하는 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사업비 약 70억원 투입, 명도암마을 입구 도로변 국유지 3000㎡에 건축 연면적 600㎡의 공항기상레이더를 설치하기 위해 지난달 제주시 건축과를 방문했다.
제주시는 환경영향평가 대상(부지 3만㎡ 이상)은 아니지만, 경관 심의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면밀히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