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나라는 행복한 나라인가요?
똑똑한 나라는 행복한 나라인가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승희, 춘강장애인근로센터 사무국장·수필가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떠 있다. 시끄러운 매미 소리가 맑은 하늘을 더욱 높게 한다. 전형적인 한여름 날씨다. 올해는 유독 장마가 길었기에 며칠째 이어지는 무더위에도 에헤야! 여름이로구나!” 흥이 절로 난다.

중부지방이 폭우로 난리다. 방송을 통해 산사태로 무너진 가옥들을 보는 순간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출근길에도 인명피해가 크다고 걱정을 나눴지만, 파란 하늘에 신이 난 모양새는 한치 건너 두 치라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걱정은 되지만 당장 내 문제는 아니니 그저 내 삶을 즐기고 있다.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속담이 나 같은 사람에게서 나왔으리라. 하지만 중부지역의 어려움은 바로 나의 문제가 되어 다가온다. 벌써 채솟값 폭등 기사가 나오고, 저 많은 과일이 낙과했으니 추석 명절 물가는 어쩔지 걱정이 몰려온다. 그러나 우리는 조삼모사의 어리석은 질문에 아침, 네 개를 반복하며 선택한다. 순간의 기쁨에 즐거워하는 나의 모습이다.

대통령께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였다. ‘똑똑한 나라’, ‘그린 선도 국가’, ‘더 보호받고 더 따뜻한 나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상상하게 하는 설레는 표어다. 하지만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머문다. 발달장애인에게 똑똑한 나라는 행복한 나라일까? 전 국민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 교육으로 발달장애인은 얼마나 더 똑똑해질까? 그리고 핸드폰 고장 났다며 만날 손자 찾으시는 우리 엄마는 교육을 잘 받으실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부인할 이 없는 세계 최고 수준의 ICT 강국이며, 강점을 키워 부강한 나라로 나아가는 것은 정부의 책무이고 국민의 바람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디지털 변화 속도에 좇아가지 못하는 많은 이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에 발표된 전 국민 대상으로 AI·SW 디지털 융합 교육시행에 지금 뒤처져 있는 이들도 국민이기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하며, 한국판 뉴딜의 성공한 나라는 지금 디지털 시대에서 소외된 이들이 더 보호받고 더 따뜻한 디지털 강국이길 요구한다.

이런 염려는 여러 부분에서 생겨난다. 나와 같이 덜 똑똑한 사람을 위한 사람 투자 계획은 무엇일까? 고독이 힘든 어르신에게 AI 디지털 돌봄과 돌봄 로봇은 더 따뜻함이 되어 줄까? 그래도 손잡아 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국판 뉴딜이 추구하는 똑똑한 나라가 똑똑한 사람이 행복한 나라는 아니며, 사람 중심 투자가 똑똑한 사람을 더 똑똑하게 하여 행복하게 하는 계획만은 아니리라 믿어본다.

사업이 시작되는 지금, 우리는 정부가 소외된 이를 위해 무엇을 하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하겠다. 소외된 이의 문제가 당장에는 먼 이웃의 이야기로 들릴 수 있고,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 그리고 희생된 이에 대한 보상이 따뜻한 사회적 합의로 여겨질 수 있다. 한치 건너 두 치고, 남의 염병이 나의 고뿔만 못하기에 우리는 소외를 방관하는 실수를 쉽게 범한다. 상생과 공존이 없는 성장은 사상누각이며, 미래에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함을 인정하자. 더 따뜻한 나라가 아니라 다 같이 행복한 나라가 똑똑한 나라일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