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는 집이나 방을 다달이 빌려 쓰는 것을 뜻한다. 매달 정해진 날짜에 일정액을 방값 또는 집값으로 지불한다. 약정한 보증금을 납입하는 ‘보증부 월세’와 보증금이 없는 ‘무보증 월세’가 있다. ‘월세를 받고 빌려주는 방 또는 월세를 주고 빌려 쓰는 방’이란 의미로도 쓰인다.
반면 사글세는 몇 개월 치의 월세를 선납하고 그 금액에서 매월분을 공제하는 방식이다. 월세의 한 종류다. 국어사전에선 동의어로 인식해 풀이가 같다. 한데 제주에선 일 년 치 월세를 미리 내는 연세가 보편적이다. 목돈이 없어진다 해서 ‘죽어지는 세’라고도 한다.
▲“초라한 몸 가릴 방 한 칸이/ 망망천지에 없단 말이냐/ 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등에 얼굴을 대본다/ 밖에는 바람소리 사정없고/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 잠이 오지 않는다.”시인 김사인이 지은 ‘지상의 방 한 칸(1987년)’이다. 셋방살이 서민의 설움이 짙게 묻어 있다.
그렇다. 월세를 사는 서민들에겐 집 없는 설움이 가장 크다. 이사를 밥 먹듯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툭하면 물ㆍ전기 등을 헤프게 쓴다고 집주인의 잔소리를 듣는다. 행여 아이가 주인집 애와 다투기라도 하면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 오죽하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설움을 모른다고 했을까.
▲전세는 ‘일정한 돈(보증금)을 맡기고 임대차 기간 동안 집을 빌려 쓰는 일 또는 그 돈’을 나타낸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되돌려받는다. 목돈을 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집주인들이 한때 선호했다. 고도성장기 높은 금리로 짭짤한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었던 게다.
세입자에게도 매달 나가는 주거비용을 줄이고 원금을 유지할 수 있기에 매력적이다. 적잖은 사람들이 결혼 초기 ‘보증부 월세’로 살다가 돈을 모아 전세로 옮겼다. 이후 월 지출을 아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제도다.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이 본격 시행되면서 전월세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이 잦아지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낮은 금리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기피하는 추세다.
이래저래 집 없는 서민들만 더 고달프게 됐다. 뾰족한 수가 없을까. ‘살고 싶은 월세, 착한 월세’를 만드는 게 그 답이라고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다시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