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들이 사랑한 제주감귤…찬란한 보배
왕들이 사랑한 제주감귤…찬란한 보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재래감귤 중 첫 손 꼽히는 동정귤 감귤 진상 특별 과거시험 ‘황감제’
제주 도처에 국립과원 37개소 조성 금물과원은 400여 년 동안 이어져
제주시 오등동지역 한 농장에서 바라본 제주의 감귤과 한라산.
제주시 오등동지역 한 농장에서 바라본 제주의 감귤과 한라산.

제주의 귤은 맛과 향기가 좋아 시대를 불문하고 역대 임금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진상된 감귤들은 왕실의 제사에 사용됐고 외국 사신들을 위한 선물, 신하에게 주는 하사품으로 쓰이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번 질토래비 여정에서는 감귤에 관한 임금들의 일화를 살펴보고 이와 더불어 탐라순력도에 소개된 감귤 그림을 통해 감귤의 역사를 알아본다.

▲임금님이 사랑한 동정귤과 황감제= 제주의 재래귤 중에 첫손으로 꼽는 게 동정귤이다. 돈맛(단맛)이 난다고 해서 돈진귤로도 불리는 동정귤은 맛과 향기가 으뜸이다. 조선시대 법전인 대전통편에는 동정귤을 열그루만 심으면 조세나 국가 부담을 면제하고 15그루를 심으면 면포 30필을 줬다는 기록도 있다. 제주 부사 최자가 이규보에게 보낸 귤이 바로 이 동정귤이다. 
이규보는 동정귤을 “금탄보다 둥글고 찬란한 보배는 / 서리 내린 숲에서 새로 따낸 듯 / 동정귤이라 부름이 더욱 기꺼운 것은 / 술 좌석엔 동정춘이 따르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네”라고 노래하기도 했다.

고려 문종 임금도 “향기롭고 달아서 최고로 사랑하는 동정귤(最愛洞庭橘 香鼻又甘口)”이라는 시를 남겼을 만큼, 왕들이 사랑한 귤이 동정귤이다. 진상된 감귤들은 왕실의 제사와 외국 사신들을 위한 선물로 그리고 신하에게 주는 왕의 하사품으로도 쓰였다. 
특히 왕에게 감귤이 진상되면 황감제라는 특별한 과거시험이 치러졌다. 감귤이 진상되면 임금님이 성균관 유생들에게 귤을 나눠주고 과거시험을 치르게 했던 것이다. 황금빛 감귤과거라고 해서 불려진 황감제는, 1564년 이래 300년 동안 지속됐다. 
감귤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제주 도처에는 국립과원이 조성됐다. 1653년 이원진 목사가 편찬한 탐라지에는 제주목 23개, 정의현 8개, 대정현 6개소 등 총 37개소의 과원이 조성되었다 전한다. 

서귀포시 농업생태원 일대에 있었던 금물과원은 국립과원으론 가장 앞선 1526년 설치돼 400여 년 동안 존속됐다. 금물(禁物)과원은 임금님께 진상을 올리는 과일을 생산하는 곳인 만큼, 쉽게 드나들 수 없는 과원이라는 의미이다. 2008년 복원한 금물과원에는 조선시대 국립과원에서 재배하던 12품종의 나무들을 볼 수 있는데, 특히 250년생 당유자, 200년생 진귤, 100년생 하귤 등이 제주 도처에서 이식됐다. 

▲탐라순력도를 통해 보는 감귤의 역사문화=탐라순력도는 제주목사 이형상이 1702년 제주 도처를 순력한 것을, 화공 김남길에게 그리도록 하여, 이형상 목사가 4자성어로 41개의 제목을 붙여 1703년 편찬한 국가지정 문화재이다. 탐라순력도에 그려진 감귤에 관한 그림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감귤봉진.
감귤봉진.

△감귤봉진(柑橘封進)
감귤봉진은 다양한 종류의 감귤과 한약재로 사용되는 귤껍질을 봉진하는 그림이다. 귤의 진상은 9월부터 시작하여 매 10일 간격으로 이뤄졌다. 
이 그림에서는 지금의 목관아에 복원된 망경루(望京樓) 앞뜰에서 귤을 상자에 넣어 봉(封)하는 과정 등이 상세히 그려져 있는데, 당시 봉진한 종류로는, 당금귤(唐金橘), 감자(柑子), 금귤(金橘), 유감(乳柑), 동정귤(洞庭橘), 산귤(山橘), 청귤(靑橘), 유자(柚子), 당유자(唐柚子), 치자(梔子), 진피(陳皮), 청피(靑皮) 등이다. 제주의 귤이 조정에 도착하면 임금은 성균관 유생들에게 일부를 나누어 주면서 과거 시험을 시행했는데, 이른바 황감제(黃監製)라는 과거시험이다. 

귤림풍악
귤림풍악

△귤림풍악(橘林風樂)
귤림풍악의 그림은 지금의 복원된 목관아 북쪽에 위치한 망경루 후원(後園) 귤림에서의 풍악도(風樂圖)이다. 귤림풍악의 과원은 북과원(北果園)으로 여겨진다. 여기는 본래 여말선초에 진무청(鎭撫廳)이 있었던 곳이다. 과원에서 풍악을 즐기는 모습이 보이며, 과원 둘레에 대나무가 방풍림으로 심어져 있다. 1702년 제주 삼읍 귤의 총결실수(摠結實數)를 부기하였는데, 당금귤, 유자, 금귤, 유감, 동정귤, 산귤, 청귤, 당유자, 등자귤(橙子橘), 우금귤(右金橘), 치자, 지각(枳殼), 지실(枳實) 등에 대한 수량을 적시하고 있다.

△고원방고(羔園訪古)
고원방고는 1702년(숙종 28) 11월 고둔과원(羔屯果園)에서 왕자구지(王子舊地)를 탐방하는 그림이다. 고둔과원은 당시 대정현성에서 동쪽으로 55리에 위치해 있었는데, 현 용흥동 속칭 염돈마을 운랑천 부근의 염돈과원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곳은 한성판윤을 지낸 영곡 고득종의 별장 터로도 유명하다. 이 과원의 좌측에 ‘왕자구지(王子舊地)’라 돼 있고, 그곳에서 기녀들이 거문고를 연주하는 가운데 풍악을 즐기고 있다. 과원의 방풍림으로 대나무가 심어져 있고 과원의 밖에는 참나무밭과 매화나무가 많이 있었으며, 운랑천으로 추정되는 물과 그 물을 이용해 부근에 논이 형성돼 있음을 볼 수 있다.

※다음 호부터 질토래비 역사문화탐방길은 ‘제주목 성밖 서녘길’을 돌아봅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