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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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양진 수필가

마트 갔다 온 장바구니를 정리하다 멈칫했다. 화장품 코너에서 구입한 작은 사각 케이스에 담긴 에어쿠션이 없다. 값은 거기서 미리 지불한 터라 마트 계산대 위에 올려놓지 않고 쇼핑카트 한구석으로 옮긴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쇼핑카트에.

이미 누군가의 손에 있을 것 같아 찾으러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 주차를 마치고 들어온 남편이 일단 가보자며 등 떠민다.

차를 타고 가는 10여 분의 거리가 오늘따라 참 길다. 불현듯 생긴 조바심은 스스로에게 ?’라고 물었다. 서슴없이 딸려 오는 자책감. 계산할 때 손에 잡고 있거나 바지 주머니에 챙겨두지 않음을, 쇼핑카트에 있는 물건을 꼼꼼히 살피지 않은 성급함을 탓했다.

나에 대한 반성이 끝나자 그 탓이 남편을 향해 고개 들었다. 왜 하필 오늘 피곤하다며 자신은 차에서 쉬겠다고 했는지. 왜 아이스크림은 사 오라 하여 더운 날씨에 녹을까 봐 급한 성질을 더 부채질하게 부추겼는지.

곱씹을수록 화나는 것은 계산 마친 물건들을 차 트렁크에 있는 장바구니로 옮길 때 운전석에서 말로만 내가 할까?’라고 떠 보기만 한 태도다. 혹 거들었다면 빠뜨리는 물건 없이 갈무리가 잘되지 않았을까.

잃어버림의 원인을 나보다 남편에 더 비중을 두는 순간,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에 있는 어떻게라는 짧은 글이 떠올랐다. 어떤 장애물이 앞에 나타났을 때 대부분 사람들이 최초로 보이는 반응은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지? 누구의 잘못이지?’라며 잘못한 사람을 찾는 게 보편적이란다.

한데 그런 일반적인 사람과 똑같은 상황에 어떻게 하면 일이 제대로 되게 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는 사람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생긴다고 한다.

짐작건대 차이란 문제 해결하는 방법을 과거의 원인에 두느냐, 대응 방법을 모색하는 미래에 두느냐에 따른 결과에서 나오는 다름이리라.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현재 인간 세계는 라고 묻는 사람들이 지배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어떻게라고 묻는 사람들이 다스릴 때가 반드시 올 것이라 끝맺고 있다.

만약 그의 말처럼 어떤 문제 앞에서 보다 어떻게가 좀 더 나은 나를 만드는 물음이라면 과감하게 새로운 것에 다가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나는 ?’에서 어떻게?’로 초점을 맞췄다. 찾는 물건이 그대로 있거나 고마운 사람이 주워 카운터에 맡겼다면 다행인데, 누군가 가져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심리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다. 책임을 회피하며 왜 그랬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추궁하던 조금 전과 달리 일어난 일에 대해 해결책을 찾게 된다.

사실 답은 하나다. 다시 사는 것. 금전적인 손실에 따른 안타까움 때문에 짧게 갈 수 있는 문제를 길게 에돌았다.

삶은 질문의 연속이란다. 질문하며 진화하는 게 우리의 모습이라면 보다 어떻게가 필요한 시점이 요즘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 사태에 왜 이런 일이?’란 질문에 오래 머물지 말고 어떻게하면 코로나19로부터 나의 건강을 지킬 수 있을지, ‘어떻게하면 이 시기를 잘 견딜지 물어봄이 어떨까. 삶의 중심에 나를 두며.

마스크 없이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을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보다 복작거리던 평범한 일상이 속히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눈을 거둔다. 내 손에 화장품이 다시 들어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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