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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두흥, 수필가/논설위원

어느 날 초저녁 친목회 모임이 있었다. 한 언론인이 화제에 올랐다. 나는 최근에 읽은 그의 칼럼을 칭찬했다. 그분의 성품이나 인격은 잘 모르나 뛰어난 글솜씨에 매료돼 감탄한 까닭이다. 한 친구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그를 칭찬하는 사람보다 싫어하거나 비난하는 이가 많다는 거다. 그를 좋게 평가하는 사람은 자네가 처음이라고 한다.

나는 그분을 만나본 적도 없고 친분이 깊어 덕을 본 일이 있어서 칭찬한 건 아니다. 다른 이를 통해 그의 평가를 들었고 언행에 실망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의 글솜씨는 탁월할 정도로 재능을 갖고 있다. 뛰어난 것은 마땅히 인정해 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얘기했을 뿐이다.

지난날 나는 어떤 사람을 보면 단점이나 숨겨진 약점 찾기에 바빴다. 마치 엑스레이 사진을 판독하는 의사처럼 상대방의 결점이 뭘까, 나쁜 점만 살폈다. 말하자면 험담이나 뒷얘기를 일삼아 왔다. 죄의식도 없이 남들이 모르는 그의 실체를 알려고 했었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남을 평가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를 느끼기 시작했다.

모임에서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약점을 늘어놓는 일이 조금씩 불안하기 시작했다. 내가 했던 말들이 침울하게 느껴졌고 그런 사실을 몰랐던 나만 바보가 되는 것만 같았다. 요즘은 물건이나 사람을 등급으로 구분한다. 학교나 직장 사회에서도 실적이나 능력을 엄정하게 구분하는 평가의 시대라 할 수 있다. 다면평가라는 이름으로 후배가 선배를, 학생이 교수를 평가한다. 그러다 보니 한 개인의 좋은 부분을 살피거나 각자의 부족한 점을 보충하기보다 나쁜 부분을 샅샅이 찾아내는 마이너스 평가가 주류를 이루는 대세다. 보고 배울 어르신이나 훌륭한 선배, 착한 후배는 찾아보기 드문 세상이 돼 가고 있다.

일본 의사 하노 오키오키가 쓴 위대한 참견이란 책을 보았다. 말기 암 환자를 상담하면서 느낀 감정의 글을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누군가를 3분 동안 칭찬할 수 있나누구나 3분 동안 칭찬할 수 있다. 칭찬이란 상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달린 것이다. 내가 그의 좋은 점을 발견해 줄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사람이냐가 중요하다. 행복한 사람이란 좋은 점을 발견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라고 했다.

돌이켜보니 남을 비난하거나 뒷얘기를 할 때는 3분이 아니라 30분까지도 떠들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내 딸에게도 3분 이상 칭찬해 본 적이 없다. 3분이면 노래 한 곡을 부를 수 있다. 200자 원고지 6매 분량을 낭독할 수 있는 시간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앞으로 나라를 이끌 정견발표를 할 때 사회자가 마지막에 주는 시간은 130초를 넘기지 않는다. 남을 칭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칭찬해 주면 좋아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춘다고 했다.

남의 좋은 점 매력적인 면을 자세히 관찰하고 찾아본다면 저절로 장점을 발견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우선 아내부터 먼저 살피겠다. 여태껏 내가 모르는 그의 장점을 찾는 일이다. 될 수 있는 한 작은 일에도 화내는 습관을 먼저 고칠 생각이다. 직언이나 할 말은 앞에서 해야 하고, 칭찬이나 잘한 일은 뒤에서 말해야 하는데 요즘 세상은 그렇지 않은 추세다.

오늘의 세태는 앞에서 사탕발림하면서 뒤돌아서면 여지없이 험담과 약점을 쏟아낸다. 세상이 뒤돌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올바른 칭찬은 나눌수록 이웃과의 거리는 가깝고 사회는 차차 밝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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