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으면 맞을수록 큰다’라는 말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은 정치권이다.
이를 확실하게 보여준 이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 할 수 있다. 13대 총선에서 당선한 후 5공 청문회 스타로 주목받았지만 3당 합당(1990년)을 거부하며 YS와 결별한 후로 1992년 14대 총선, 1995년 부산시장 선거, 2000년 16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또 떨어진 셈이다. 그래도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기죽지 않았다. 상대의 도발을 유도했고 설전을 주저하지 않으면서 비난, 비아냥까지도 마다하지 않았다.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후에도 논쟁거리라면 눈치 보지 않고 뛰어들었다. 그러기에 ‘바보’란 애칭을 얻었고, ‘노사모’란 단단한 지지층을 형성할 수 있었다.
▲요즘 정치권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다.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5분 연설 후 임차인이건 임대인이건 그를 안다. 여의도 입성 3개월 경력이지만,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군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를 키운 것은 8할이 여당이다. 민주당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그의 인지도를 높여줬다. ‘맞으면 맞을수록 커진다’라는 정치판의 속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무려 9수 끝에 사법고시 합격한 늦깎이 검사가 오늘날 검찰총장(윤석열)까지 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맷집’이 크게 작용했다. 전 정권에선 홀대를 받으면서 내공을 단련했다.
요즘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로부터 하루가 멀다 할 정도로 몰매를 맞고 있다. 심지어는 ‘주인을 무는 개’ 취급을 받고 있다. “윤석열의 윤 자도, 이름도 거론하지 마라”고 한 이해찬 당 대표의 함구령도 먹히지 않고 있다. 예전엔 주로 중진급이 그에게 몽둥이를 들었다면, 지금은 그 밑 라인에서 나서고 있다. 그를 때려야 자신의 주가가 높아질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하지만 맞는 이가 주눅 들지 않고 버티면 때리는 쪽에서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정당 지지율에선 가만히 있기만 한 미래통합당이 민주당을 앞섰다.
▲원희룡 도지사가 지난 15일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라며 일침을 가한 것을 놓고 여ㆍ야의 공방이 뜨겁다. 그에게도 맞을수록 큰다는 정치권의 역설이 통할까. 어쨌든 그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