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외국어고등학교 존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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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동화작가

기본 학력 강화와 외국어 구사 능력의 향상을 통해 국제화 시대에 대처할 수 있도록 조기 외국어 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된 외국어고등학교는 특수목적고 중의 한 학교이다. 과학고, 외국어고, 예술고, 체육고, 공업고 중 유독 외국어고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그동안 외국어고 졸업생들이 국제화시대에 걸맞은 인재가 되기 위해 외국어를 전공하는 대학으로 진학하기보다는 명문대학 입학의 통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등 교육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 때문에 외국어고 폐교가 거론되고 있다.

외국어고뿐만 아니라 자사고 역시 불평등 학교로 여겨진다. 3, 4배의 학비를 내고 공부하는 학교들이라 비싼 수업료를 감당할 수 없는 가정의 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고, 학부모들에게는 눈엣가시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영어교육도시의 국제학교들 또한 경제력이 있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가 될 수밖에 없으니 교육의 평등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라면 존재 자체가 불편한 학교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평등 교육 못지않게 수월성 교육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국제학교의 존재를 부정할 생각이 없다. 북한 정권이 영재교육에 힘쓰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우수 학생들의 해외유출이 심각해 수월성 교육을 위해 도입한 게 자사고이고, 교육의 다양화와 기회 확대, 질 높은 교육 제공이라는 다양한 특수목적고등학교의 도입 취지이기에 인재로 길러내기 위해 도입한 자사고 등 특목고 제도를 없애면 안 된다는 주장과 고교서열화체제 강화, 입시교육 기관화,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고교입시를 위한 사교육 팽창 등의 문제로 공교육 파행을 낳았다며 외고나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다. 그런데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명제를 생각할 때 어떤 결정이 바람직할까?

제주외고는 육지부의 외고나 자사고와는 입장이 다르다. 외국어를 전공하고 싶은 중학생들이 선택하는 학교이기에 경제력이 넉넉하거나 우수한 학생들이 가는 학교가 아니다. 졸업 후 모두 외국어를 전공하는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명문대학 진학을 위한 학교는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도 제주외고를 없애고 동지역이나 읍면지역학교로 편입시킨다고 한다. 동지역 학교에 편입할 경우 학생들의 배척을 받거나 학생 수가 적어 내신에 불리한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읍면지역으로 편입할 경우 제주서부지역고등학교가 타격을 받을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는 제주외국어고등학교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7일 제주외국어고등학교에서 간담회를 실시했다. 학부모와 동문, 전 교장 등은 제주외고는 설립목적대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고, 만족도도 높은데 폐교를 서두르는 건 옳은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교육부의 정책에 호응하는 의도에서 제주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것이겠지만 미술, 음악을 좋아하는 학생들을 위해 애월고와 함덕고에 학급을 신설하여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처럼 외국어를 좋아하는 중학생들을 위하여 외고 하나쯤은 제주에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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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러 2020-08-20 10:50:02
동감가는 의견입니다. 그런데 이정부는 소통하려 하지 않고 이념만 고집하려고 하니 답답합니다.

제주교육 2020-08-20 02:29:10
하나하나 맞는 말씀인듯 싶네요~~~
공립인 외국어 중점 학교가 없어진다는 것은 평범한 가정에서는 너무 슬프고 금수저가 아닌 우리 자식들에게는 이런 선택권도 박탈당한다는 허탈함이 드네요~~~~
올바른 목소리에 한표 투척합니다~~~

향기 2020-08-19 16:39:43
적극 공감합니다~♡
박재형선생님 같은 합리적 사고와
바른 인식을 가진 분들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주시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