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 쓰다듬기
타인의 고통 쓰다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오대혁, 시인·문화비평가/논설위원

진리와 평화를 추구해야 할 종교가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질본의 경고도 무시한 채 집단 예배를 드리고, 대규모 정치집회를 열었다. 그리고 다시 코로나19 위기를 불러왔다. 정치인들이 표와 지지를 얻으려 문제적 종교 집단에 박수를 보냈기에 문제적 종교인들이 생겨났고, 세뇌된 신도들은 길거리를 배회하다 코로나19에 걸려들고 있는 형국이다.

보건공무원 제자가 전해준 이야기가 있다. 대부분 코로나19 확진이 되면 폐가 잠깐 아프다가 괜찮아진다. 그런데 어떤 지인은 원래 먹던 약에 추가된 약도 복용하면서 식도와 간이 망가지고 끊임없이 토하다 정신도 이상해졌단다. 50일 만에 퇴원하여 고향으로 내려갔는데 우울증에 시달린단다. 주변인 6명의 확진은 그를 죄책감으로 시달리게 했다.

암 수술을 받으면 나을 수 있는 환자가 먼저 시행해야 하는 코로나19 검사를 받다가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목숨을 잃었단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이외에도 촌각을 다투는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단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膵臓をたべたい)’(2018)에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던 여주인공은 삶이 뭐냐는 물음에 산다는 건 말이지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일이야. 타인과의 관계가 바로 산다는 거라 생각해. 내 마음이 존재하는 건 모두가 있기 때문이야. 내 몸이 있는 건 모두가 쓰다듬어 주기 때문이야. 그래서 사람이 산다는 건 의미가 있어. 스스로 선택해 온 덕에 너도 나도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것처럼.”이라 답한다. 그가 남긴 공병문고(共病文庫)’ 일기 속에서 그날 네가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 준 날, 네가 나에게 살아 달라고 말해 줬던 그 날 처음으로 나는 내가 단 하나뿐인 나라는 걸 깨달았어.”라고 한다.

타인과의 관계 맺기가 삶이다. 내 마음, 내 몸이 존재하는 건 서로를 쓰다듬기, 곧 존중과 배려, 사랑 때문이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이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며 간절하게 살아 달라고 말하는 것. 그것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요, 진리와 평화를 이야기하는 종교인들이라면 가져야 할 자세다.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며 신성모독을 일삼고, 야외 집회 현장에서는 코로나19에 안 걸린다며 신도들을 속이면서 정치적 욕망만 꾀하는 자가 어떻게 종교인이겠는가? 보수 개신교 세력을 등에 업고 정권 탈취에 혈안이 되어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보수 야당도 진정 국민을 위하고, 국가 위기 사태를 극복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맺어온 가짜 종교인들과 결별을 선언하지만 그저 재집권에 눈이 벌게 보이는 보수 정치인들의 진정성을 믿어줄 국민은 많지 않다. 진정 국민들을 사랑하고, 나라를 걱정한다면 사람을 살리는 길을 찾고, 바르게 처신해야 할 것이다.

한편, 영화 속 여주인공은 관계 맺음도 중요하지만 너는 언제나 너 자신이었어. 너는 남과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바라보며 매력을 만들어냈지. 나도 나만의 매력을 만들고 싶었어.”라는 말을 한다. 관계 맺기에 앞서 자신만의 매력을 만들어야 한다.

쭉정이들의 관계 맺음은 가짜라는 것이다. 새로운 관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열기 위해서는 알맹이를 꽉 채운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소통 과잉의 세계에서 침묵과 고독’, 나아가 타인의 말에 대한 경청이 있어야 하고, 결국에는 타인의 고통 쓰다듬기를 해야만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